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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슬 스커트 Jan 27. 2022

무뢰한

얼만큼 적당한 사랑이 가장 이상적인 사랑일까?

* 영화의 리뷰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에서 꽂히는 부분만을 확대해서 생각을 전개해나갑니다.



개봉 : 2015년

감독 : 오승욱

출연 : 전도연, 김남길 



* 스포 있습니다.


포스터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감독은 왜 이 장면을 영화의 포스터로 골랐을까,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가 포스터에 남겨있다고 생각해본다.

감독은 사랑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감독이 그려낸 사랑은 포스터처럼 낯설고 멀고 편해 보이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꼭 저만큼의 거리가 있다.

다가갈 수도, 이루어질 수도, 그렇다고 외면해버릴 수도 없는 현실의 거리




배우가 보이는 영화 VS. 역할이 보이는 영화


최근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나온 오래된 드라마를 한편 잘못 보고, 배우 김남길에 꽂혀버렸다.

아 물론 나는 한 번도 연예인을 덕질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김남길에 대해서도 한나절 정도 가열하게 검색을 통해서 어떤 사람이고 어떤 평가를 받는지 살펴봤을 뿐, 그가 나온 영화나 드라마를 모조리 찾아본다든지, 김남길 겔에 가입해서 사진을 올리고 팬들과 소통한다든지.. 하는 정도의 열정은 없다.


그러나 드물게 그는 연기만으로 내 마음을 흔든 배우이다.

너무 이 배우에 대한 지식 없이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에서 받았던 인상이 강렬해서 찾아보게 되었는데 역시 그는 대단한 연기력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배우였다.


한 편의 드라마에서도 희로애락을 명확한 감정선으로 표현하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는 그의 연기에 깊게 매료되어 친한 친구에게 김남길에 빠졌다고 고백을 했더니 그녀가 이 영화를 한번 보라고 추천을 해줬다.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가 아주 잘 보이는 영화가 있는 반면.. 연기를 하고 있는 역할이 아주 잘 보이는 영화도 있다.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영화에서는 역할이 보인다.


전도연은 진짜 퇴폐미+청순미+섹시미+백치미를 짬뽕해서 빚어낸 매력 철철 술집 마담 혜경이 되었다.

그 매력은 하도 치명 치명해서 살인도 불사하게 만든다.


김남길 또한 내가 알던 김남길은 없었다.

그냥 형사인가 범죄자인가 경계가 모호하고 목표 (범인 잡기)만을 보고 달려드는 형사 정재곤만 있었다.


배우가 가진 피부 같은 개성이 워낙 좋아서 명배우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전도연과 김남길은 역할에 맞는 옷을 입고 그 사람이 될 줄 알기 때문에 명배우인 것 같다.



애초에 시작을 말았어야 하는 사랑. 그게 되면..


그런 관계가 있다. 애초에 시작하면 안 되었던 관계.

재곤에게 혜경은 피의자의 여자이다. 

사적인 감정이 개입해버리면 안 되는 그런 사이.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의도대로 술술 흘러가지는 않는다.


혜경의 애인을 잡기 위해서 시작한 잠입 근무는 서서히 그녀에게 젖어드는 사랑의 시작이 되었다.


영화는 딱히 두 사람이 애정 표현을 한다든지, 서로 깊이 빠졌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선이 보인다.

두 사람이 이끌린 것에는 이유가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좋은지 전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사람.


두 사람에게 서로는 그런 존재인 듯하다.


재곤: 나랑 같이 살면 안 될까?

혜경: 진심이야?

재곤: 그걸 믿냐?


상처 주는 것으로 결실을 맺은 사랑


얼마 전에 친구가 애인과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유는 그 사람과는 결혼을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랑에도 목적이 있기는 한 것 같다. 

'사랑이 결실을 맺어..'라는 말에는 두 사람이 뭔가 '생산적인 결론'을 도출했다는 의미가 있는데, 

결혼, 그 이후의 출산이 있을 때 우리는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남녀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사이에 남녀로서의 매력은 서서히 옅어지고 반려자로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동 육아의 파트너로서 함께 한다.


흔하고 행복한 가족의 스토리이다.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헤어졌다는 친구의 말을 이해한다. 고루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관계, 지속될 관계는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녀가 오래 사귀었기 때문에 반드시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계는 성장할 수 있어야 오래 지속된다.

그냥 달달하고 알콩달콩한 남녀로서의 매력만으로 관계를 10년, 20년 이끌고 갈 수는 없다.

그 매력의 한계가 분명히 오기 때문에.

오래 지속하려면 변화를 통해서 관계의 성장을 이루어내야 한다.

연인이었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함께 나누는 대화의 주제 또한 달라진다. 아이가 생기면 또 한 번 성장하면서 다른 삶의 가지가 전개된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할 때 남녀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의 재곤과 혜경은 그럴 수가 없다.

용기를 냈다면 그렇게 되었을까?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추구하는 성장의 동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함께 했다면 더 힘들었을 관계였을 것이다.


그들은 사랑의 결실을 다르게 맺었다.

결실이라고 해서 꼭 좋은 의미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곤은 그녀의 남친을 총으로 죽이고 그녀를 경찰서 취조실에 앉히고, 그녀를 스토킹에 가깝게 집착하면서 형사로서의 본분을 수행하는 것으로..결실을 맺었다.

혜경은 재곤을 칼로 찌르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의 결론을 서로에게 상처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마음에 상처를 주든, 몸에 상처를 주든. 사랑의 끝은 언제나 상처이고 씁쓸하다.

성장할 수 없는 기형의 사랑은 상처만 남긴다.


영화에서는 그런 것이 매력이고 여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아름답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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