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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앤킴 Jan 01. 2023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영화 - 아바타 2 물의 길

< 아바타 2, 제임스 카메론 감독, 미국 액션 SF 영화, 2022.12.25. 월드타워 롯데시네마 슈퍼플렉스관 >   

  

 드디어 아바타 2 물의 길을 관람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뭔가 기대, 선입견조차 가질 필요 없이 그저 당연히 봐야 한다는 맹목적인 생각을 가졌나 보다. 전 세계에 나와 같은 관람객 덕분인지 개봉 2주 만에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감독의 오래전 작품인 <타이타닉>은 친구들 여럿이 기대 없이 봤는데, 오래도록 회자되는 영화가 되었고 내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아바타 1>은 너무 신비로운 느낌으로 관람했고, 관람 당시에 내겐 획기적인 느낌이었다. 그랬기에, 13년 후 상영하게 된 <아바타 2>는 꼭 봐야만 하는 영화였다.      

 

 영화의 처음부터 웅장하고, 화려한 화면은 날 압도하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무려 3시간 정도 상영된 영화의 스토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 것 같다.


 첫 번째는 13년 전의 아바타 1의 내용을 상기시키며 연결되는 내용이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어 자식을 낳고 살아온 과거의 회상과 숲에서 사는 나비족의 생활을 그려낸다. 비교적 평화롭고 안정된 모습의 판도라 행성 숲에서의 일상을 보여준다.

 두 번째 스토리는 지구를 떠나 나비족이 되고, 판도라에서 사는 이들 부부를 못마땅하게 여겨 위협하는 세력이 나온다. 이들의 공격으로 나비족에게 피해를 줄 수 없기에 숲을 떠나 바다로 가는 여정이 나온다. 설리 가족은 바다에 정착해 사는 맷케이나족을 찾아가서 그들을 받아줄 것을 설득하고, 고군 분투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서 등장하는 거대한 바닷속 다양한 생물들을 접하며 수중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는데, 날 어린아이로 만들어주는 이 느낌이야말로 마치 선물 같고 근사했다.

 세 번째 스토리는 바다에서 펼쳐지는 전투 장면이다. 두 번째 스토리의 바닷속 장면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느낌이었다면, 무자비한 전투 장면은 마치 요즘 유행하는 게임 같았다. 3D 안경을 착용하고 내가 게임 캐릭터가 되어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영화는 3시간 동안 화려한 볼거리와 여기에 걸맞은 적당한 서사적 스토리를 선보인다. 내가 아바타를 보면서 기대한 건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판타지 같은 신비감이었기에 난 충분히 만족한다. 역경을 극복한 사랑과 가족애 같은 다소 복고적인 영화의 주제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최첨단 과학적 기술의 조화가 엄청난 시너지로 폭발한 듯 하다.


 영화 관람 못지않게 영화 예매 과정에서도 난 짜릿한 흥분을 맛봤다.

 사전에 예매도 하지 않았는데 크리스마스 당일 갑자기 <아바타 2>를 봐야겠단 다소 용감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의 집요함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결국 난 월드타워 롯데시네마 슈퍼플렉스관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잔여좌석이 단 하나도 없었기에 월드타워 다른 관을 예매하고 무작정 잠실로 향하면서도 계속해서 앱을 예의 주시했다. 영화관에 도착해서 관람 시간이 다가오자 썩 좋은 좌석이 아닌 한 자리가 생겼다. 앱에 결제를 시도하는 도중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 이런 식의 몇 번의 좌석 예매 실패를 거듭하다가 드디어 한 좌석을 얻고, 미리 예매한 것을 취소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 더 좋은 위치의 좌석이 또 생겨서 다시 예매하는 등 눈물겨운 사투 끝에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수 있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판타지 종류의 흥행 영화를 봐줘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작년 크리스마스엔 코엑스에서 <스파이더맨>을 보았다.     


 너무 어렵게 얻은 좌석에 드디어 맥주 한 캔과 함께 착석하게 되어서 정말 기뻤고, 뭔가 이뤄낸 듯한 뿌듯함마저 들었다. 리뉴얼된 슈퍼플렉스 상영관을 여기저기 구경하며 다음에 또 오게 되면 앉고 싶은 구역도 살펴보았다. 아무튼, 너무 운이 좋게 앉은자리인데 한편으로는 ‘내가 앉게 된 좌석 하나만 취소한 것은 헤어진 연인인가’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내 자신이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기면서도, 이런 특별한 날 혼자 영화를 보는 옆 좌석 사람들을 슬쩍 살펴보는 어리석은 오지랖을 잠시 부려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에 어렵게 얻은 좌석에서 3시간 오롯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바닷속 여행과 게임 속 캐릭터가 된 듯한 흥분은 날 짜릿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바타 2가 흥행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감독은 5편까지 기획을 해두었고, 3편까지 촬영을 마쳤으며 이번 흥행 여부에 따라 4편의 촬영이 시작된다고 한다. 1편과 2편의 상영 간극이 13년이었고, 앞으로 대략 평균 10년이라는 영화 완성 시간이 걸린다면, 난 언제까지 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싶은 계산을 해보며 귀가했다.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압도적 스케일의 멋진 영화 덕분에 난 잠시 다른 세계에 존재하다가 현실로 돌아온 신비로운 경험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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