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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Jul 25. 2024

하루 종일 울리지 않는 휴대폰

인과응보

주말.


하루 종일 휴대폰이 울리지 않을 때가 있다.


'휴대폰이 울리지 않는 다'는 건,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로 해석되어 우울해질 때가 곧 잘 있다.


어쩌다 울려서 확인하면, 스팸 전화. 쓸데없이 이것저것 깔아놓은 어플들의 알림 창. 


어쩔 때는 스팸이 반가울 정도로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네모난 기계'일뿐인 이 휴대폰을 내가 소유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도 요즘엔 연락을 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게 아니기에 소유는 하고 있다.




몇 년 전, 공황 초기증상과 불안장애를 겪으면서 사람을 만나는 게 많이 두려웠다.

친구들 연락도 피하고, 심지어 가족들 연락까지.


모든 사람들과의 연락과 만남을 나 스스로 차단했고, 왜 그런지 조차 설명 따위 하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들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렇다 보니 이제 와서 연락을 안 한다고, 아무도 내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서운해하고 우울해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나?


억울해할 필요도 없고, 서운할 필요도 없다. 다 '인과응보'니까.




그렇다고 평일에 연락이 오는 건 아니다.


평일은 그래도 직업이 있는 사람이기에 연락이 오고 가고, 말동무되어줄 사람들이 존재할 뿐.


나를 생각해서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어쩔 때는 '나 참 인생을 잘못 살았구나.' 생각할 때도 있다.


'어떻게 살았길래, 아무리 내가 연락을 안 했다고 해도 이렇게 까지 매몰차게 버림받을 수 있지?'라는 끝없는 자괴감에 빠진다.


물론 '인과응보'겠지만, 예전에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어느 약속에도 빠지지 않았던 '인싸 안미'는 어디로 간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전화 통화가 부담스럽고 어려운 '폰 포비아'까지 생기는 지경에 이르러 고객 센터에 전화하는 것도 큰 마음을 먹게 되고, 배달 음식 시키는 것조차도 어려움을 느껴 주변인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금은 배달 어플이 생겨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연락이 와도 '콜백'을 하지 않고 톡만 해대니 친구들은 서운함을 많이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완전히 헛살지는 않았는지, 이런 와중에도 '친구'는 있다.


내가 한동안 연락이 안 되었을 때, '안미 집에 찾아가서 소식을 물어볼까?'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걱정이 태산인 친구도 있고, 우리 엄마가 '우리 딸이 많이 힘든 것 같은데 한 번 만나줄 수 있니?라고 전화를 했을 때 바로 달려온 친구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3명의 친구만 남아도 잘 산 인생이라고 한 이야기를 언뜻 들은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는 친구가 전부였고, 친구가 많아야 되고, 어디에든 소속되어야만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가 더 외로웠던 것 같다. 외로우니까 더 많은 걸 원했던 것 같다.


지금도 외로운 날은 있지만, 든든한 친구들이 있기에, 나를 이해해 줄 친구들이 있기에 마음은 든든하다.




친구들아, 내가 표현도 잘 못하고 무뚝뚝하게 이야기하지만, 항상 너희에게 감사해.

항상 내 뒤에서 등대 같은 존재가 되어 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우리 같이 인생을 잘 살아보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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