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면 억울한 짓을 하지 마.
나는 매일 아이들이 학원에 등원하는 시간이 가까워 오면 지각을 하지는 않을까, 과제는 제대로 다 되어 있을까, 오늘은 멀쩡하게 수업을 들을까, 등등등의 오만가지 걱정을 혼자 창조하며 아이들을 기다린다.
그러면 아니나 다를까, 한 두 명쯤은 저 걱정에 응답이라도 하듯 행동하고, 항상 '억울하다'라고 한다.
"분명히 알람을 맞췄는데, 소리가 안 들렸어요. 진짜예요."
"분명히 교재를 챙겼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다 찾아봤는데 없어요."
"엄마가 데려다준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있다 그래서 버스 기다리다가 늦었어요. 엄마 때문이에요"
"저번에 과제하다가 몇 문제 남았는데, 다 한지 알고 착각했어요. 진짜 다 풀었는지 알았어요"
등등의 이유를 서술하며, 자기는 세상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어필을 한다.
이에 대한 나의 한마디는 "그래서 어쩌라고."
알람을 못 들을 것 같으면 여러 개를 맞췄어야 하고, 교재는 미리 챙겼어야 하며, 중학생 정도면 본인이 알아서 학원에 오면 될 것이며, 과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체크도 안 한 건 책임감이 없는 것.
이런 결과가 벌어진 건 어쨌든 다 본인에 의해서다.
근데 뭐가 억울하다는 거지?
억울하다는 것은 '나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 내가 피해를 받았을 때 생기는 감정 아닌가?'
만약, 맞은 문제를 쌤이 틀렸다고 해서 시간을 낭비했다거나, 쌤이 제대로 공지를 안 해줘서 교재를 잘못 챙겼다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갑자기 펑크가 났다거나,
그러면 바로 인정이다. 내가 잘못해서 아이가 피해를 보면 난 바로 "미안해"라고 사과한다.
자전거 펑크가 난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알았다"라고 한다.
그런데, 본인이 제대로 안 해서 생긴 일들을 나열하며 억울하다? 왜지?
물론 나도 학창 시절에 오만가지가 억울했을 것이다.
그냥 내 잘못이 아닌 것 같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이해를 못 해주나? 짜증과 억울이 뒤섞인 감정들을 가졌으리라.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 보니, 그건 내 잘못을 가리기 위해 억지로 짜낸 감정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억울함이 통하게 되었을 때 '그래, 난 억울한 거니까 내 잘못이 아니야.'라는 결론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기에 난 잘못이 없는 아이로 결론이 난다.
그런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마주했을 때 나란 사람에게 득이 될 것이 없기에, 난 아이들이 억울하다고 하면, 왜 억울한지 반문하게 된다.
그리고 정말 억울한 게 맞는지, 억울함을 만들어낸 건지 정확히 인지하도록 한다.
나 같은 아이가 되지 않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또 내일도, 그다음 날도, 누군가는 '프로억울러'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