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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Jul 24. 2024

"F"여서 미안하다.

Teacher의 'T'는 사고형의 'T' 일지도.

나의 MBTI는 "ENFP"이다.

'재기 발랄한 활동가'이자 '스파크형'.

('스파크형'은 확실히 맞는 듯. 화가 많다.)


여기서 문제는 내가 "F"라는 것이다.


물론, 나에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나에게 배우는 아이들이 충격을 받는다는 게 문제지.


아이들과 소소한 대화 중에 MBTI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아이들은 이때다 싶어 쌤의 MBTI를 내가 맞추겠노라 하고, 다른 건 몰라도 "T"는 확실하다고 단언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비웃기라도 하듯, "나 'F'야~"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세상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쌤이 어떻게 'F'에요?? 맨날 곰감도 안 해주고, '팩폭'만 하면서..."


그렇다. 아이들은 어이없을 만도 하다.


세상 이렇게 어린아이들에게 세상의 혹독함을 알게 하리라, 매일 "팩폭"을 해대니.. 

공감능력이 1도 없는 인격체로 보일 수밖에.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내가 왜 너희를 공감해 줘야 돼??" - "F"가 들으면 '미친 건가?' 생각할 멘트인 건 확실하다. 그런데 저도 "F"입니다.


이 말만 들으면 '저 사람 선생님 맞아?', '뭘 저렇게 까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 그것도 이제 막 초등학생의 티를 벗어나, 중2병이라는 어마무시한 병과 싸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감을 해주게 되는 순간 걷잡을 수가 없다.




"쌤 제가 오늘 갑자기 학교가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과제를 못 했어요." 

"쌤 제가 피곤해서 오늘은 공부가 안 돼요"

"쌤 엄마가 늦게 밥을 줬어요"

.

.

.

등등등 블라블라블라.


그럴 때마다 "어~ 그랬니? 학교가 늦게 끝났구나~" "오늘은 피곤한가 보구나~" "어머님이 늦게 밥을 주셨구나~"

라고 공감을 한다면?


"오~ 이렇게 하니까 먹히는데~"라는 생각에, 어떤 잘못을 하든 '핑계'를 대고 무마하려 할 것이다.


어리니까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어른들만 주변에 있다면? 

나중에 커서도 '핑계'만 대는 어른이 될지도.


그래서 나는 내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핑계만 대는 어른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오늘도 '팩폭'을 하는 "T"가 된다.


"학교가 늦게 끝나는 게 무슨 상관이야? 니가 미리 과제를 했어야지. 미래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니가 어떻게 알아?"

"너만 피곤해? 전국에 있는 모든 중학생들도 다 피곤해"

"그럼, 엄마가 밥 안 차려 주시면 학원 안 오려고 그랬니?"

.

.

.

등등등 팩폭팩폭팩폭.




제3자는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아이들이 상처 안 받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저 말을 들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다 웃는다. 어이가 없게도.


그냥 '욕쟁이 국밥집 할머니' 같단다. 참나..


그리고 저렇게 이야기하면 10명 중 7명 정도는 혼나서 억울하기보다는 본인이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결국 태도가 바뀐다.


몇몇 선생님들은 "처음이니까~ 쌤이 한 번 봐줄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절대.


처음부터 혼낸다. (그 처음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지옥의 불구덩이를 경험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어떤 선생님한테 내 핑계가 통할지,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


그러기에 첫 날 봐주면 계속 봐줘야 한다. "저번엔 봐주셨잖아요"라고 할 확률 10000%.


그래서 나는 첫날 싹을 자른다. '나는 처음도 앞으로도 절대 봐줄 일이 없다'는 것을 각인시킨다.


그러기에 오늘도 난 "T"라는 오해를 받으며, 공감능력 1도 없는 '악미쌤'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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