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cher의 'T'는 사고형의 'T' 일지도.
나의 MBTI는 "ENFP"이다.
'재기 발랄한 활동가'이자 '스파크형'.
('스파크형'은 확실히 맞는 듯. 화가 많다.)
여기서 문제는 내가 "F"라는 것이다.
물론, 나에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나에게 배우는 아이들이 충격을 받는다는 게 문제지.
아이들과 소소한 대화 중에 MBTI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아이들은 이때다 싶어 쌤의 MBTI를 내가 맞추겠노라 하고, 다른 건 몰라도 "T"는 확실하다고 단언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비웃기라도 하듯, "나 'F'야~"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세상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쌤이 어떻게 'F'에요?? 맨날 곰감도 안 해주고, '팩폭'만 하면서..."
그렇다. 아이들은 어이없을 만도 하다.
세상 이렇게 어린아이들에게 세상의 혹독함을 알게 하리라, 매일 "팩폭"을 해대니..
공감능력이 1도 없는 인격체로 보일 수밖에.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내가 왜 너희를 공감해 줘야 돼??" - "F"가 들으면 '미친 건가?' 생각할 멘트인 건 확실하다. 그런데 저도 "F"입니다.
이 말만 들으면 '저 사람 선생님 맞아?', '뭘 저렇게 까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 그것도 이제 막 초등학생의 티를 벗어나, 중2병이라는 어마무시한 병과 싸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감을 해주게 되는 순간 걷잡을 수가 없다.
"쌤 제가 오늘 갑자기 학교가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과제를 못 했어요."
"쌤 제가 피곤해서 오늘은 공부가 안 돼요"
"쌤 엄마가 늦게 밥을 줬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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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등 블라블라블라.
그럴 때마다 "어~ 그랬니? 학교가 늦게 끝났구나~" "오늘은 피곤한가 보구나~" "어머님이 늦게 밥을 주셨구나~"
라고 공감을 한다면?
"오~ 이렇게 하니까 먹히는데~"라는 생각에, 어떤 잘못을 하든 '핑계'를 대고 무마하려 할 것이다.
어리니까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어른들만 주변에 있다면?
나중에 커서도 '핑계'만 대는 어른이 될지도.
그래서 나는 내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어딘가에서 핑계만 대는 어른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오늘도 '팩폭'을 하는 "T"가 된다.
"학교가 늦게 끝나는 게 무슨 상관이야? 니가 미리 과제를 했어야지. 미래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니가 어떻게 알아?"
"너만 피곤해? 전국에 있는 모든 중학생들도 다 피곤해"
"그럼, 엄마가 밥 안 차려 주시면 학원 안 오려고 그랬니?"
.
.
.
등등등 팩폭팩폭팩폭.
제3자는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아이들이 상처 안 받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저 말을 들은 아이들은 하나같이 다 웃는다. 어이가 없게도.
그냥 '욕쟁이 국밥집 할머니' 같단다. 참나..
그리고 저렇게 이야기하면 10명 중 7명 정도는 혼나서 억울하기보다는 본인이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결국 태도가 바뀐다.
몇몇 선생님들은 "처음이니까~ 쌤이 한 번 봐줄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절대.
처음부터 혼낸다. (그 처음은 감히 상상도 못 할 지옥의 불구덩이를 경험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어떤 선생님한테 내 핑계가 통할지,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
그러기에 첫 날 봐주면 계속 봐줘야 한다. "저번엔 봐주셨잖아요"라고 할 확률 10000%.
그래서 나는 첫날 싹을 자른다. '나는 처음도 앞으로도 절대 봐줄 일이 없다'는 것을 각인시킨다.
그러기에 오늘도 난 "T"라는 오해를 받으며, 공감능력 1도 없는 '악미쌤'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