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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an 27. 2023

노 물티슈 일상


#코끼리


1월의 어느 금요일, 온 가족이 쓰레기 먹는 코끼리 다큐를 봤다. 코끼리가 비닐봉지 똥을 싸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네가 화를 내며 물었다.


왜 코끼리가 쓰레기를 먹는거야?

..... 아 이제 설명 나온다 ;;


나도 상상도 못 해본 장면이었기에 모두 숨죽여 설명을 들었다. 단위 면적당 코끼리가 가장 많은 나라 스리랑카는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 코끼리의 터전을 몰아내고 있었다. 순간 문득 저 쓰레기에 우리 쓰레기는 섞여있지 않을까 의심이 들었다.


아빠, 어떻게 해야해?

..... .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아야하지 않을까? 한번 사면 끝까지 쓰는거지.

양말이 빵꾸나면?

꼬매 써야지

이~~~만큼 빵꾸나면?

ㅠㅠ



#물티슈


며칠 뒤, 설연휴가 시작될 무렵 너와 엄마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집에서는 물티슈를 사용하지 말자고. 썩는데 100년 걸린다고. 너와 엄마는 흔쾌히 오케이했다.


외갓집에 갔다가 돼지갈비집에 갔다. 다음날에는 차례를 마치고 호캉스를 떠났다. 저녁 자리에서 자동으로 가게 물티슈를 만지작거리는 내게 네가 말했다.


아빠, 오늘도 물티슈 써어?

어?

어제도 아빠 혼자 물티슈 썼다.

아 너희는 안 썼어?

우리는 안 쓰고 손 씼었지. 못 봤어?

그랬어? 대.. 단하네


지독한 놈들. 코로나코로나 하면서 손세정과 테이블 닦기 의식을 루틴화했던 녀석들이 하루 아침에 물티슈를 끊다니. 그것도 식당에서. 나는 전혀 의식도 못했다.


내가 쏘아올린 한번의 '실천'보다 네가 일상으로 탑재한'생활'이 너무나 훌륭했다.


역시 어린이가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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