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엉군 Feb 09. 2023

마지막 목욕 ♡



#마지막 목욕


너와 마지막 목욕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샤워였다. 너는 그게 마지막 목욕인지 몰랐다. 핸드폰 에티켓 이야기에 뾰롱뚱한 표정이던 너의 머리를 말리며 말했다.


이제 생일이니까 오늘이 마지막 목욕이네.

으어어어어어어ㅓ어어어어어어어엉 으어어어 으어어어어엉 엉엉엉


너는 한참을 엉엉 울었다. 조금전의 서운한 대화는 까맣게 잊고 울었다. 그런 네가 안쓰럽고 고마웠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자연히 둘의 목욕도 끝날거라 생각했다. 작년에 말했을 때 너는 말했다.


무슨 소리야. 10년은 더 해야지.

ㅠㅠ 그럼 내년 생일 때까지만이다

그래 17년(?)년 목욕하자

......


아마 알고는 있었을거다. 네 기억력이라면. 1월부터 예고도 계속했으니. 그럼에도 너는 "마지막"이라는 말에 한참을 울었다. 그런 너를 안고 토닥토닥 방을 걸었다.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


생일 다음날, 출근하려고 침대에서 인사를 건네는 내게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아빠, 회사 갔오지마.

오지말라고?

아니, 나랑 같이 있어.

(심쿵 ㅠㅠ)


그저 생일이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높이 들었다 놓는다. 요망한 녀석. 다리 부러지겠다 이 녀석아.


대신 오늘은 숙제 살살 봐줄께.



이것은 목욕인가 항해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노 물티슈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