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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엉군 Jun 20. 2023

동원되지 않는 정신으로 다시 출발

마지막 에세이


내일이면 5년간의 공공대학원 학업이 끝난다.


올해 2월까지만해도 전공과 멀어졌고 논문도 안 쓰는데 복학하지말고민했는데. 막상 마지막 수업이 내일로 다가오니 아쉽고 감사한 마음이다.


오늘 마지막 에세이 "왜 우리는 계속 동원되는가"를 제출했다. 대학원에서 유일하게 두번 청해들은 이동수 교수님의 <민주주의의 역사와 미래> 강의의 기말 과제였다.


피 끓는 마음으로 썼으나 다시 읽어보니 역시 부끄러운 글이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에세이고, 무슨 주제든 질문형 제목으로 쓰고 탐색하라는 가이드를 따르자니 자연히 지난 5년의 시간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문제의식은 일본 오염수 방류 이슈에서 출발했다. 땔감은 16일자 조선일보 기사였다. 주진우 라디오 진행자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요약한 기사였는데, 정 교수님의 명쾌함도 좋았지만 그의 "그건 선동이다"라는 일침이 머리를 강타했다. 유쾌한 웃음은 마흔즈음 품게 된 '동원되지 않는 정신'을 소환해주었다.


에세이는 오염수 이슈에서 출발해 '코인 광풍'과 '나 혼자 산다'를 거쳐 제헌헌법을 향했다. 국방과 납세 의무를 통해 휴전국과 무역강국의 현실을 재확인하니 자연스레 김한민 작가의 <카페림보>가 생각났다. 아들, 대학, 취업, 결혼, 출산이라는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바퀴벌레들의 나라 82국. 그리고 34살 이전까지의 내 삶 또한 그 경로 위에 있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동시에 그 과정은 대학 졸업장이 힘을 잃어가는 시간이었음을 확인했다. 입학만으로도 좋은 직장과 좋은 가정을 보장받던 시절에서 어떤 것도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로의 진입. 대학을 가지 않아도 미래는 있다며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했지만, 그것은 재능과 탁월함이 있어야하 가혹한 세상. 부족한 후발주자  쎈 동원을 햐야만하ㅣ서글픈 깨달음.


결론부는 '동원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를 탐색했지만 그닥 뾰족하진 않았다. 다만 동원하려는 이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지 않고 조직, 가치, 전언 뒤에 숨으면 상대하지 말아야한다는 단순함. 그리고 역사의 힘에 기대어 사적이고 단기적인 동원의 실명들을 기록하는 활동을 해야한다는 소결에 이르렀다.


요약하니 더 보잘것 없는 에세이다. 그래도 에세이는 이제 종점에 왔으니 집에 가려는 내게 이곳은 '환승역'이라고 귀뜸해주는 느낌이었다. 방향이 좀 이상한데 대학 졸업이 빌딩숲을 향하게 한다면, 대학원 졸업은 들판이나 숲을 향하게 한달까? ㅎㅎㅎ


이제 내게 남은 거라곤 대학원 다닌다며 싸워 확보한 시간들의 빈칸 정도다. 화수 저녁과 일요일 오전. 그 빈칸들을 어떻게 다시 채워야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그 시간들을 어떻게 써야할지는 감이 왔다.


이젠 나를 동원하려하는 것들과 작별하고, 삶을 실험하는데 쓰고 싶다.



화요일 밤 11시가 너무나 그리울듯 :)




이제 안녕. 나를 동원(하려)했던 것들


취업

창업

섹스

둘째

아들

MBA

대학원

논문

자격증

국가고시

퇴사

이직

텃밭

농사

재테크

주식

달러

해외여행

세계일주

작업실

죽음

자유

자립

자급

신념

정의

진실

봉사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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