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김우중 의료인상 시상식(7건), 완도 리노베이션(4건), 사옥 환경그래픽(1건) 업무 진척이 있었습니다. 정말 터프한 한주였고 감정기복도 컸네요. 오늘은 함께 하는 에이전시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서 정말 많은 파트너들과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함께 일하는 파트너만 세 곳이었습니다.
첫 파트너는 사옥 환경그래픽을 진행한 전시기획 에이전시였습니다. 지난 금요일까지 완료하기로 했던 시공 작업은 결국 토요일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일 지방 출장이었던 저로써는 현장의 진척도를 알기 어려웠죠. 파트너는 1~2시간 더 하면 될거라고 야근 속행을 요청했지만, 건물 관리하는 상사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다음날 작업을 지시했습니다.
결과는 상사의 판단 승. 파트너는 토요일에 추가 9시간을 작업했음에도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실무자는 늘 데드라인이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그리고 실무자가 경험하지 못한 과업은 파트너의 조언에 기대는 경향이 크죠. 내심 저는 파트너의 말만 듣고 몇 시간만 더 주면 금요일 중에 마무리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가 틀렸던 겁니다.
중간에 낀 저로서는 제법 쓴 소리를 들어야했습니다. 그렇다고 파트너에게 그것을 그대로 전달할 수는 없었죠. 현장 작업이 개시되면 어떻게든 결정된 사안들이 최상의 결과물로 나오도록 격려하고 믿어줘야 하니까요. 신뢰를 얻진 못했지만, 신뢰를 주어야 하는 고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시공후 "잘 됐네" 상사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고생들 하셨어요.
두번째 파트너는 영상제작 에이전시였습니다. 올해 김우중 의료인상 시상식은 수상자 영상 외에도 5주기에 맞춰 설립자 영상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파트너 입장에서는 성격이 다른, 하지만 더 큰 기대와 압박을 받는 작업을 병행하는 셈이었죠.
화요일 중간보고가 있었습니다만 설립자 영상 편집본이 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보고가 하루 연기됐죠. 수요일에 사진전, 수상자 영상, 설립자 영상 보고를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사진전과 수상자 영상이 잘 나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무자로서 설립자 영상은 솔직히 오프닝을 제외하고는 보고드리기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저도 완성도 높은 보고를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중간보고 때는 늘 시간이 부족하고 의도는 엇 구현되죠. 1차적으로는 파트너에 신뢰를 보내며 시작하는 탓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을 여러 사람이 하니 그럴수밖에요. 그래서 중간보고 이후에는 더는 눈치보지 않고 풀 개입이 들어갑니다.
금요일까지 나레이션 녹음을 다시 따고, 나레이션 무음 구간을 선별하고, 대우 영상 자료 중 15개 내외를 추렸습니다. 중간보고 이후는 사실상 함께 만들어가는 셈입니다. 그래도 작년에 한번 합을 맞춰본 파트너라 수상자 영상은 한방에 통과된거죠. 남은 기간 설립자 영상 완성도를 높여 많은 분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마지막 파트너는 완도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 건축설계 에이전시였습니다. 명성만큼이나 실력이 좋은 파트너여서 설계안은 일찌감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었죠. 마지막으로 실시설계 내역산출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예산안이 나왔습니다. 저희는 물론 파트너에게도 전례없는 오차였습니다. 재원이 풍부한 건축주라면 컨셉이 워낙 좋아서 출혈을 감소하고도 추진할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완도군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만큼 예산 실링 조건 하에 진행되야만 했습니다.
솔직히 저희 사무국도 실시설계 내역검토를 보고받은후 이틀간 어찌해야할지 몰랐습니다. 실무자가 정신줄을 꽉 잡아야만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데드라인에, 지자체 파트너까지 있는 사업이었고, 현재 건축업계 상황상 시간이 늘어나면 비용은 제곱으로 늘어나는 첩첩산중 퀘스트였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너무나 복잡해서 다시 기본으로 리셋했습니다. 기본 요소는 "예산, 전시공간, 상징성"이었습니다. 이를 중심에 놓고 비현실적 요소나 희망고문 변수를 제거했습니다. 상사들께는 기회가 될때마다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결국엔 실무자 의견을 물으실꺼고, 저희 또한 파트너에게 저희 입장을 정리해 전달해야 할테니까요.
다행히 상사들이 최선의 결정을 해주셨고, 완도군도 그 결정을 존중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다시, 제대로 파트너와 달릴수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힘든 한 주였습니다.
목요일은 머리가 폭발할 거 같아서 4시반쯤 1층 크레마노에서 꼬렛또를 마셨습니다. 에스프레소와 이탈리안 리큐르로 구성된 세트 음료로, 카페인-설탕-알코올이 차례로 들어오며 머리를 텅 비워주는 퇴근전 피로회복제죠. 그 때 크레마노 사장님이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주셨습니다.
그거 아세요? 꼬렛또(corretto)는 '헹굼'이라는 뜻이예요.
아... 방금 나 머리 설거지한거구나... 싶었습니다.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다들 멋진 작품 만들어보자고 다른 기회 차버리고 긴 시간 서로 믿고 함께 달리고 있는거구나 싶었습니다.어렵게 수원에서 모셔온, 이제는 점점 긴 시간이 쌓여가는F&B파트너에게 의도치 않은위로를 받은 셈이었습니다.
꼬렛또 한잔 덕분에 리셋하고 다시 파트너를향한신뢰를 재장착합니다. 저희 대우재단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