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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하는 동물들

by 스튜던트 비

후회는 인간에게는 흔한 감정이다. 후회하는 감정은 후회하는 자 스스로를 괴롭히지만,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현명함의 시작점이 되기도 한다. 보통의 동물들은 인간처럼 깊이 후회를 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후회를 품고 살아가는 동물들이 있다. 그들은 영민하며, 보통의 동물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깊은 생각을 지닌다.




흰 담비


흰 담비는 어린 시절, 임상 실험에 참여하는 담비들이 바보 같다고 믿었고, 그런 운명에 순응하는 부모의 모습이 싫어서 부모와 자주 다퉜다. 돌이켜보면, 그때 자신이 너무 예민했던 걸 수도 있고, 반대로 부모의 생각이 정말로 바보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어쩌면 둘 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의 모습 속에서 점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한 담비의 마음 한구석에는 메울 수 없는 아쉬움이 생기기 시작한다.


병에 걸려 아픈 부모를 치료하기 위해 임상 실험에 자진해서 참여하기로 몰래 결정한 흰 담비는 그동안 지나간 시간들을 후회하며, 부모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혼자 되뇌인다. 1)


범고래


범고래는 한때 바다에서 소문난 일진이었다. 이유 없이 파도를 일으켜 앉아 있는 바다새를 놀래키기도 하고, 얼음을 깨뜨려 물개를 바다에 빠뜨리기도 했다. 다른 동물들을 이유없이 괴롭히던 범고래는 가끔 죄책감이 들었지만, 세상이 자신에게 가혹했던 만큼 이 정도는 되갚아주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2)


하지만 시간 너무 오래 흘러버린 지금 범고래는 문득 자신이 다른 동물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되갚아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 상처를 준 동물들이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동물들을 돕는 것으로 사과를 대신한다.



1) 족제비과 동물들은 흰쥐보다는 인간과 유사한 호흡기를 가지고 있어 주로 코로나나 독감 바이러스 연구에 활용된다. 참고로 흰담비는 바이러스를 공부했으며, "랩랫"(Labrat)이라는 별명을 가진 흰쥐의 절친이다.


2) 범고래는 일진이 맞다. 실제로 물개와 바다사자를 사냥할 때, 단순히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사냥을 즐기듯 상대를 높이 던지거나 일부러 도망갈 시간을 주는 행동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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