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탈한 인간 석가모니께서 여기 사바세계에 나신 날. 석가탄신일.
모처럼 평온하고 의미 있는 휴식의 하루 보내셨나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오늘은 계신 장소가 평소와는 다른 곳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차분히 내려앉은 하늘. 이제 곧 있으면 계절의 다음 타자, 여름이 오고 태풍도 몰려올 것 같네요. 그렇담 지금의 이런 적당한 온화함과 상쾌한 여유는 태풍 전의 고요라 해야 할까요.
오늘 같은 날 떠오른 단어가 ‘평정심’이예요. 불교용어 중에 마음을 닦는 '팔도'의 하나가 바로 이 '평정심'인데요. 평정심이란 내 속의 미움과 시기, 비대해진 욕망을 다이어트 한 뒤 그 후의 평안한 마음상태를 뜻하는 말이죠.
연두색 나무가 햇살을 감로수처럼 들여마시고 있는 이맘 때,
절정을 보낸 봄이 그 치마 끝자락 펄럭이면서 처연하게 떠나고 있습니다. 저마다 가슴 깊은 데 소망에 불을 붙여 어둠 밝히는 연등행렬에는 연등들 두둥실, 지천에 꽃 마냥 떠올랐네요.
‘연등이 걸릴 무렵이면 우리네 삶과 연애하고만 싶어진다' 시인 김승희의 '연등이 걸릴 무렵'이라는 제목의 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적당하다 싶은 따스함과 햇볕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시간의 여유. 바로 지금 이 절기가 아마도 '자비'라고 하는 이상적 개념이 구현되는 그런 시간이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모처럼 찾아온 짧지만 그 홈은 깊었던 오늘의 쉼표. 이 저녁의 평안함이 그저 운 좋게 찾아온 빨간 날의 순간의 물리적, 시간적 행운에 그쳐버린다면 진짜 아까울 거예요. '석가탄신일'의 속 깊은 의미를 되새겨 근본에까지 뿌리 닿아있는 평온함과 깨우침이 남은 계절들까지 줄곧 이어질 수 있길 기원해봅니다.
‘마음수양’, ‘마음공양’ 이런 말들, 내 생활과는 무관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요,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다면 꼭 그리 먼 나라의 말 만은 아닌 것이 되지않을까요.
물론 그러한 평안심에는 음악과 명상이 알파파 조성하는 진정제가 되어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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