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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헌문학 Oct 22. 2023

봄의 법열


해탈한 인간 석가모니께서 여기 사바세계에 나신 날. 석가탄신일.

모처럼 평온하고 의미 있는 휴식의 하루 보내셨나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오늘은 계신 장소가 평소와는 다른 곳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차분히 내려앉은 하늘. 이제 곧 있으면 계절의 다음 타자, 여름이 오고 태풍도 몰려올 것 같네요. 그렇담 지금의 이런 적당한 온화함과 상쾌한 여유는 태풍 전의 고요라 해야 할까요.     

오늘 같은 날 떠오른 단어가 ‘평정심’이예요. 불교용어 중에 마음을 닦는 '팔도'의 하나가 바로 이 '평정심'인데요. 평정심이란 내 속의 미움과 시기, 비대해진 욕망을 다이어트 한 뒤 그 후의 평안한 마음상태를 뜻하는 말이죠.     

연두색 나무가 햇살을 감로수처럼 들여마시고 있는 이맘 때, 

절정을 보낸 봄이 그 치마 끝자락 펄럭이면서 처연하게 떠나고 있습니다. 저마다 가슴 깊은 데 소망에 불을 붙여 어둠 밝히는 연등행렬에는 연등들 두둥실, 지천에 꽃 마냥 떠올랐네요.      

 ‘연등이 걸릴 무렵이면 우리네 삶과 연애하고만 싶어진다' 시인 김승희의 '연등이 걸릴 무렵'이라는 제목의 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적당하다 싶은 따스함과 햇볕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시간의 여유. 바로 지금 이 절기가 아마도 '자비'라고 하는 이상적 개념이 구현되는 그런 시간이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모처럼 찾아온 짧지만 그 홈은 깊었던 오늘의 쉼표. 이 저녁의 평안함이 그저 운 좋게 찾아온 빨간 날의 순간의 물리적, 시간적 행운에 그쳐버린다면 진짜 아까울 거예요. '석가탄신일'의 속 깊은 의미를 되새겨 근본에까지 뿌리 닿아있는 평온함과 깨우침이 남은 계절들까지 줄곧 이어질 수 있길 기원해봅니다.      

‘마음수양’, ‘마음공양’ 이런 말들, 내 생활과는 무관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요,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다면 꼭 그리 먼 나라의 말 만은 아닌 것이 되지않을까요.     

물론 그러한 평안심에는 음악과 명상이 알파파 조성하는 진정제가 되어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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