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계속 비 내려요. 창문에 맺힌 반짝이는 빗방울. 보고 있는데요.
그 빗방울엔 제 눈동자랑 창 밖 풍경이 어려있구요.
빗물을 두고 ‘눈물’을 떠올리던 시인의 상상력에 고개 끄덕여질 만큼
투명한 알구술들. 고것 참, 이쁘네요.
이제 점점 어두워지면 이 창문에 빗방울들은 음... 마치 밤하늘에 박힌 수많은 별자리들
그 별밭 같이도 보일 거예요.
비오는 날에는 상념에 젖게 되곤 해요. 메마른 일상의 와중에 오늘 같은 5월의 깨끗한 빗줄기는 가문 마음 밭에 촉촉한 물기를 뿌려 굳어있던 마음의 빗장 열게 하고, 추억을 다시 싹 틔웁니다.
추억을 하나하나 '불러오기'하는 마법사와도 같은 비. 청명한 비.
글쎄. 따져보면 수긍이 되죠. 이처럼 '비'란 건요. 물이라는 건 과거부터 지금까지 한 방울도 사라지지 않고 긴 시간을 회귀해 다시 지상에 내려온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빗물은 지난 날 우리가, 또 옛 시대의 수많은 여인들이 치마저고리에 훔쳤던 눈물일 수도 있고. 인간이 존재하기도 전에 흐르던 태초에 청정한 바닷물일 수도 있다는 거죠.
산소와 수소가 결합된 H20. 그 화학입자가 지금껏 단 한 톨도 사라지지 않은 채 삼라만상 온시간을 여행하다 재림하는 거죠.
그렇게 '추억'을 담고 예쁜 추억이 되기도 하는 비.
어쩌면 지금 내리는 이 비도 한 컷 추억으로 새겨질지 모르죠.
그런 오늘 아름다운 음악들로 비 오는 저녁을
광채 나는 여운의 추억 한 페이지로 저장해두기로 해요.
비 내리는 5월의 저녁. 새록새록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추억과 그리운 음악들과 함께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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