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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헌문학 Oct 27. 2024

지장보살

 

자장가를 색칠하는 밤여인            

‘이는 여인의 얼굴같이 부드러운 저녁...

박명 위에 떠 있는 황혼의 그윽함은

상처 입은 마음 위에 가는 실 되어 내린다.‘     

정신적인 초록빛.... 핏기 잃은 장미화....

푸른기 도는 서방에 내리는 밤은

아픈 신경에 더없이 부드러운 안식을 뿌려준다.     

검은 바람과 납빛 안개의 달에

마지막 꽃잎들은 떨어지고

반음계의 아름다운 하늘 빛깔은 숨이 넘어간다.     

옛 향기 감도는 고관 옆을 쫓아

나는 내 손가락에서 매혹적인 꽃 냄새를 들이마신다......     

프랑스 시인 알베르 사랭은 <저녁>          

'여인의 얼굴처럼' 부드러운 저녁이라... 여느 불란서 시인의 공감각으로는 ‘황혼’은 여인의 매끄러운 피부로 묘사되었다. 

그렇게 섬세하고 우아한 저물 녁 씨는 여인의 뽀얀 맨얼굴 마냥 따스하고 붉은 홍조가 어리었다. 하루가, 한 낮의 태양이 떠나기 전에 한껏 예의를 차리곤 인사라도 건네듯이.      

그렇게 상처 위에 가는 실처럼 내린, ‘황혼'으로 예민하게 날선 신경들은 침착하게 잦아든다. 그처럼 심연으로 잦아드는 시간의 썰물이 밀려나가면, 곧 이어선, 밀물인 듯 어두움의 파랑이 밀려든다. 

낮아지는 채도, 대비되는 명도, 기도 마술 같은 천공캔버스의 채색. 아등바등 욕망 향한 매달림을 내려놓은 가난한 마음으로 저녁 회화시간 만의 위안과 부드러움에 한껏, 취하고만 싶다. 

'푸른 기가 도는 밤이 내리면'그 '아프던 심신의 전 신경줄‘ 위로 더없이 부드러운 저녁 만의 평등한 자비의 안식이 흩뿌려질 테니.     

이내 날렵한 도둑고양이의 발걸음으로 침입한 어둠의 모포는 우리들의 사연 많은 흉터들을 부드럽게 핥고 덮어 주리라... 달의 호위 아래, 별빛가루로 잠결에 스미어…


그리하여 입장된 꿈이라는 시공 속에 모든 치욕들에서 자유로워진다. 그 진정한 지장(地藏)(보살)의 시공에서 무성한 욕들의 가시덤블에 찔린 너저분한 흉터투성이 어리고 연약한 아상이 비로소 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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