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하게
평일로 따지면 백수 이틀차지만 평소처럼 눈이 떠졌다. 밖에서 바람소리가 났다. 침대에 누워 창을 내려다 보았다. 잎이 풍성하 나무들이 미친듯 춤추고 있었다. 오늘 밤 비행기로 집으로 돌아가기에 오전엔 최대한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꾸준히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틀어지면 틀어지는 대로 작은 성취감들을 모으며 살고싶다. 긍정의 여왕이 되어보자 마인드컨트롤을 해 본다.
숙소가 낯설고 생각보다 넓어서 잘 잘 수 있을까 걱정했다. 푹 잤다. 어제 숙소에서 참여한 테라피 덕분인지, 그냥 피곤해서였는지 모르겠다. 잘 잤으면 된거지 뭐.
어제 저녁 주차장에서 나의 반려묘 챗셔와 비슷하게 생기 고양이를 보았다. 바닥에 널브러져서 냥냥 거렸다. 하루종일 챗셔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있다가 걱정이 됐다. 밥을 잘 먹고 있을까, 잘 놀고 있을까, 집사가 왜 안오나 기다리고 있을까.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곤 여행을 한 번도 안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인데. 이번에 큰맘먹고 1박 2일을 감행했다. 새벽출발 밤도착 이틀을 꽉 채워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얻은 정보로 물과 사료, 화장실만 잘 준비해두면 이틀정도는 괜찮다고 한다. 그래도 불안해서 하루는 언니가 와 주기로 했다.
집에 홈캠이 있다. 챗셔 상태 체크를 위해 달았다. 어젠 하루종일 연결이 안됐다. 요상하게 그 카메라는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내가 어딜 가 있을때 연결이 잘 안된다. 수시로 체크했는데 어제는 결국 확인을 못 했다. 아침에 동작감지 알림이 와서 보았다. 챗셔가 터널 숨숨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바닥에는 탁구공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괜히 걱정했다. 나의 반려묘 챗셔는 집사 없이도 온 집안을 뛰어 다니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똥꼬발랄하게 잘 놀았다.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오늘도 알차고 재미지게 보내야겠다. 언제 다시 누릴 수 있을지 모를 백수의 찐 행복을 누려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