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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남이 Sep 28. 2020

과연 우리나라는 경항공모함이 필요한가?

과거를 기억 못 하는 자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국방부는 한국 해군의 오랜 염원한국형 경항공모함(light aircraft carrier) 건조 계획을 발표했다. 항공모함은 2차 세계대전 때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해전(Naval Warfare)의 판도와 해군력 운용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그전까지 바다 위의 최강 무적이라고 여겨졌던 전함(Battle Ship)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렸다. 그 이후, 지금까지 약 80년 동안 바다 위 제왕의 왕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경항공모함 도입을 두고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항공모함은 '바다의 위 표적함', 대북 전략 자산으로는 '꽝'이다."라는 논지로 경항공모함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항공모함이 과거부터 최근까지 전쟁사에서 어떤 역할했는지를 몇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복잡한 예산이나 경제논리 관점으로는 접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항공모함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먼저,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를 전개하기 전에 과연 해군이 왜 필요하고, 해군력 운용 목표(objective)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평시나 전쟁 상황에서 우리 편은 자유롭게 바다를 사용(Sea Use)하고 적은 사용하지 못하게(Sea denial)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게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요소들로 얽히고설켜있다. 이 부분은 브런치 작가이신 Kenny님의 '해양통제(Sea Control)의 이론과 실제'에 굉장히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항공모함은 해전에서 해양 통제권(Sea Control)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수단으로 활약했다(해양 통제권이란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바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 태평양전쟁(Pacific War, 1941~1945) 당시, 미국의 태평양 함대와 일본의 연합함대는 태평양에서 해양 통제권을 두고 치열하게 전쟁을 벌였는데, 항공모함 간 치열한 해전(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 필리핀 해전 등)에서 미국이 승리를 거뒀고 결국 바다 사용 자유이용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때, 전함(Battle Ship)은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는 항공기 때문에 이 해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못했다. 또한 현재 미국이 평시에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FON, Freedom of Vavigation)를 행사함과 동시에 위기 고조시에 중국의 A2/AD를 뚫고 역내로 진입하려는 목적도 결국은 해양 통제권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항모타격단(CSG, Carrier Strike Group)은 핵심전력이다.



   또한 항공모함은 군사력을 투사(Power Projection)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약했다. 항공모함은 많은 함재기를 탑재하고 운용할 수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육지에 강력한 힘을 투사할 수 있다. 미군은 태평양 전쟁 중  레이테 전투(Battle of Leyte, 1944~1945)에서 항공모함의 함재기를 이용해서 엄청난 폭탄을 육지에 투하하면서 상륙작전을 지원했고 필리핀을 점령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걸프전(1990~1991)에서도 미군은 항공모함을 걸프만에 배치하고 엄청난 함재기를 이용해 많은 이라크 주요 시설들을 파괴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마지막으로 항공모함은 공중우세(Air superiority)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1982년, 아르헨티나 옆에 위치한 포클랜드 섬의 영유권을 두고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 한 바탕 큰 전쟁을 벌인 일이 있었다(포클랜드 전쟁, Falklands War). 영국 본토에서 13,000km(아르헨티나와는 약 400km)나 떨어져 있는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할 수 었던 가장 큰 이유는 2척의 경 항공모함(HMS 허미스, 인빈서블)을 이용해서 공중우세권(Air superiority)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큰 활약한 전투기는 바로 수륙 이착륙 기인 시해리어(Sea Harrier) 기였다.



   이외에도 많은 전사들이 있지만, 잘 알려진 몇 가지 사례만 소개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들이 바다의 사용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항공모함을 가지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왜 그럴까?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그들이 우리보다 똑똑하지 못해서 만드는 것일까? 아니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전략 환경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안보는 당쟁(黨爭)의 매개체로 삼으면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과거 조선시대에 방왜육전론(防倭陸戰論, 바다에서 오는 적은 육지에서 막는다/수군 무용론)과 같이 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는 전략을 사용하게 되고 결국엔 과거 경험한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게 될 수도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 수출입량의 99.7%를 차지하는 바다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면, 아사(餓死)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끝으로 한국형 경항공모함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주로 무엇인지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그들의 주장에 재 질문하면서 글을 마친다.

1. 한국형 경항공모함으로는 중국, 일본의 항공모함을 대응하지 못한다; 그럼 무엇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육지에서 발사하는 중국의 둥펑(DF-21, 26)과 같은 미사일로 막겠다는 것인가? 방왜육전론의 회귀? 바다에서 오는 적은 반드시 바다에서 막아야 한다. 기동부대 작전 수행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2. 탈 경항모가 세계적 추세이다;  근거의 출처는 어디인가? 바로 옆에 있는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의 항공모함 확보 현황은 이 추세를 분석한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가?

3. 대북 전략 자산으로 "꽝"이다; 항공모함은 전구 전략(Theater Strategy) 수준에서 사용되는 분명한 자산이다. 그럼 대북 전략 자산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항공모함은 해양 통제권, 군사력 투사에 관해 현존하는 최고의 전략 자산이다.

4. 경항공모함에 탑재된 F-35B 12대로는 쓸모가 없다; F-22 전투기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F-35 시리즈 전투기 12대가 쓸모없다면, 어떤 전투기가 필요하나? 시나리오상 F-35 전투기의 교환비는 1:15이었고 레드 플레그 훈련에서 최대 1:20의 교환비를 기록했다.

5. 항공모함은 둥펑과 같은 대함 탄도미사일 공격에 약해서 쓸모없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 초음속 탄도 미사일에 취약한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해군 함정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비단 항공모함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기동부대에는 이지스함도 같이 편성되기 때문에 웬만한 대공방어는 가능하며, 미 해군도 초음속 탄도 미사일에 대한 기술적 교리적으로 극복 방안을 마련 중이다.

6. 3만 톤급 경항공모함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더 커야 한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 이것을 시작으로 기술과 교리의 노하우를 축척해서 향후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규항공모함을 건조하는 것이야 말로 더 큰 모험이다.


  정반합 삼단논법의 장점은 반대의 의견도 수용하면서 최적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항공모함 도입 관련해서도 건전한 반대의견을 수용하면서 최적의 해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테슬라의 CEO인 머스크도 처음엔 사람들이 바보라고 했다.



“Those who can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

George Santayana, 1863-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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