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심부하복벽동맥천공지피판술

이름도 긴, 하지만 성공한 나의 유방암 수술

by Sonia

삼중양성 유방암 3기 중반, 림프절 전이.

작년 9월 정밀검사 후 받았던 소견이다.

어느새 6개월이 훌쩍 지나 6차례의 선항암과 유방 전절제 후 동시복원수술을 완료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독성 항암의 부작용은 여전히 몸 곳곳을 괴롭힌다.

손발이 저리다 못해 전기가 오르고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말초신경병증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지난달에는 이석증도 발병했다.

온 집안이 360도 돌아가는 어지럼증은 이석증으로 판명이 났는데, 어지럼증의 이유를 알고자 찍었던 MRI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 우선 뇌졸중센터에서 1차 검사 후 뇌전이 여부를 계속 추적검사를 통해 지켜보기로 했다.

암이 오면서 혼자 온 게 아니라 수많은 병증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각각이 다 새롭게 아프건만 이 모든 게 '항암 부작용'이라는 한 마디로 퉁쳐진다.

먼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다양한 병증이 내 몸 안에 다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다행이고 감사하게도 이 모든 부작용과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수술은 미루지 않고 받을 수 있었다.


수술은 아침 8시부터 11시간(+회복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여기저기 침범한 암덩어리 때문에 오른쪽 유방 피부의 일부를 남기고는 전절제로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도합 51개월 동안 두 아들을 먹이느라 열일한 나의 유두도 사라졌다.

(모유수유를 열심히 하면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 했는데 이 어쩐 일인지)

나의 겉모습에 그다지 관심이 없이 살았던 터라 복원술을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몸도 마음도 아마조네스의 전사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하지만 복원을 하지 않으면 척추가 휘는 등 다양한 후유증에 노출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복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복원에도 자가조직 복원, 보형물 복원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어떤 방법을 하든 내가 결정을 하고 내가 견뎌야 했다. 케모포트를 넣은 지 4일 만에 감염이 되어 패혈증 직전 6주간 입원하는 등의 큰 이슈가 있었기에 몸에 다른 물질을 넣는 것이 염려되어서 자가조직 복원을 선택했다.

자가조직 복원 방법 중 하루에 딱 한 명만 수술할 수 있다는, 이름도 길고 긴 심부하복벽동맥천공지피판술을 받았다. 덕분에 왼쪽 옆구리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긴 흉터가 생겼다.

복부의 지방과 동맥을 포함한 혈관, 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큰 수술이었다.

2mm 지름의 혈관을 오로지 손으로 직접 꿰매어야 하는, 엄청나게 정밀하게 해야 하는 수술.

복부에 잘 간직해 둔(?) 지방이 활약을 해주다니.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인생에는 없을 줄 알았던,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성형외과' 수술을 한 것이다.

수술은 아주 잘 되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수술 후 배액관 쪽 외에는 드레싱을 하지 않았다. 내부는 녹는 실로, 피부 쪽은 인체용 본드로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본드가 잘 붙어있는지 확인을 하신 주치의 선생님은 "100점, 100점!"이라며 기뻐하셨다.

내 가슴의 모습과 안위를 나보다 더 기뻐해주는 상황이라니. 참으로 희한한 감정이 들었다.


이제 배에서 뛰던 동맥은 나의 가슴에서 뛰고 있다.

아이를 낳느라 불어났던 나의 지방과 피부는 아이의 모유수유를 위해 포기한 나의 가슴이 되어 예쁘게 자리 잡았다.

인생은 참으로 알 수가 없는 참으로 스펙터클한 여행길이다.

구불구불 가고 있는 나의 인생길.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 예쁜 데이지가 가득한 꽃밭을 만나기도 하고, 돌무더기를 헤쳐 푸른 초장을 만나기도 하는. 그런 나의 인생을 사랑한다.


심부하복벽동맥천공지피판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