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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록홈즈 Dec 13. 2021

이게 머니?

예산과의 전쟁



약 3주간은 측량으로 인해 속앓이를 했었지만 어쨌든 일단락되면서 집 공사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리모델링 업체와 예산을 확정 짓고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계약서에 쓰여 있던 예산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자꾸만 자꾸만 금액이 추가됐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생애 처음 집을 짓는 것인데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좋게 짓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좋게 집을 짓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뭐다? MONEY.


주변에서 조언을 해주는 이들은 '집에서 평생 살 거 아니잖아. 대충 기본만 고치고 들어가서 살아.'라고 말하기도 하고, 반대로 '처음 들어가기 전에 집을 싹 고쳐놔야지, 살면서 고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하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두 개 다 맞는 말이기에 결국 선택은 나의 몫. 워낙 팔랑귀라서 주변의 말들이 내 마음에 요동을 치기도 했으나 결론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이 답인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집에서 살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니까. 그래서 나의 선택은? 결국 두 가지를 짬뽕시킨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집중해야 할 곳에는 투자를 하겠다'는 것. 뭐 팔랑귀가 어디 가겠나. 이쪽 이야기도 맞고 저쪽 이야기도 맞으면 둘 다 들으면 되는 거다.


신랑과 나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 각자가 생각하는 주택살이의 로망을 하나하나 나열해 보았다. 나열하다 보니 나보다 신랑이 훨씬 다채롭고 화려한 로망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뭐라더라? 옥상에는 무조건 폴딩도어가 있어야 하고, 바비큐 파티를 위한 데크 및 체어들이 있어야 하며, 1층에는 꽃을 키울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고 가능하다면 담벼락에 쪼르르 대나무를 심고 싶단다. 저기요.. 혼자 무슨 대저택에 사세요?


미안하지만 신랑의 로망 중 약 10%를 남긴 나머지 90%는 예산 문제로 모두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대신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것들은 비용이 훨씬 많이 들더라도 고집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지하에서부터 3층까지 연결되는 계단 전체에 카펫을 깔기로 결정을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도 내 관점에서 두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신랑과 아이들이 카펫 위에 무언가를 쏟았을 경우, 결국 요란을 떨면서 벅벅 세제로 문대고 있을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일 것. 그 모습을 상상해보니 벌써부터 지치고 피곤하다. 그래서 카펫은 결사반대! 두 번째 이유는 먼지 알레르기가 심한 나에게 카펫이 깔린 계단은 오르고 내릴 때마다 스트레스 및 재채기를 유발시키는 공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매일 환기를 하고 매일 청소를 하면 되지 않냐고? 그것 역시 오로지 나의 몫일 텐데.. 난 못해 아아아 난 못해!


그렇게 카펫 대신 원목으로 마감하기로 과감히 결정을 했고, 소리가 들렸다. 촤르르르르 돈 올라가는 소리. 어쨌든 나의 고집으로 인해 나무 계단으로 변경이 되었고, 이를 반영한 3D 도면을 보는 순간 환호를 질렀다. 어머머 이게 머니!!!? 머니만 있으면 집의 퀄리티가 이렇게나 달라지는 거니???!





그밖에도 포기할 수가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집중할 곳은 고심 끝에 몇 군데로 추려 나갔다. 집중하기로 한 곳은 앞서 말했던 계단, 차 마시는 공간(신랑의 로망), 옥탑방의 확 트인 창과 나무 데크(신랑의 로망), 1층의 작은 마당(신랑의 로망) 정도이다. 생각해보니 신랑의 로망 중 대부분은 실현되는 것 같다. 신랑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젠장)


이제 3주 정도 뒤면 우리의 작은 꿈이 담긴 집이 완성된다. 돈이 더 많았다면, 예산에 여유가 더 있었더라면.. 분명 더더더 마음에 쏙 드는 집이 만들어지긴 하겠지만 이만하면 됐다. 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말에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조금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조금 덜 예쁘면 덜 예쁜대로 살면 되는 거다. 완벽한 집보다는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지가, 이 집에서 우리 넷이서 어떤 행복을 누릴지가 더 중요한 거니까..


매일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고 있는 우리의  보금자리.  만나자. 씨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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