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에 가서 밥을 먹는데 주방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들리면 어떤 마음이 드는가?
나는 무척 안심이 된다. 적어도 저 사람이 찌든 상태에서 음식을 만들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에.
집을 만드는 과정도 똑같다. 도배하시는 분이, 페인트칠하시는 분이, 전기 연결하시는 사장님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면 나는 안심이 된다. 이 집이. 이 집을 만드는 과정이. 저분에게 약간은 즐거움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우리 집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물론 내가 보지 못한 과정 중에서 이 집 안에서 ㅆㅂㅆㅂ 욕설이 가득한 날도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 홈쇼핑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예쁜 목소리로 고객 응대를 마친 선배님들이 전화를 끊자마자 욕설을 내뱉었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렇게라도 해야 약간의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겠구나 생각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고객의 말 한마디가 응대하는 사람의 입에서 웃음이 나게 할 수도 있고 욕이 나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집주인의 표정 하나가, 말 한마디가. 이 집을 지어주시는 분들의 기분과 컨디션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가능하면 즐겁게 임해야 이 집의 구석구석에 욕설이 아닌 애정이 묻어난다는 것도.
페인트 사장님이 페인트칠을 하시다가 유쾌한 농담을 던지셨다. "아, 날도 추운데 뜨끈한 커피라도 한 잔 마셔야 힘이 날 거 같은디??" 아차 싶었다. 신랑과 나는 냉큼 뛰어가 따뜻한 커피를 두 손 가득히 사 왔다. 한 분 한 분께 추운 날씨에 고생 많으시다는 인사를 건네며 커피를 나눠드리니 다들 껄껄 웃으시며 바빴던 일손을 잠시 내려놓고 목을 축이며 몸을 녹인다. 그리곤 이내 다시 흥얼흥얼 콧노래가 들려온다.
집을 리모델링하며 적어도 하루에 한 가지씩은 배우는 게 있다. 결국 집이라는 것은 사람이 만든다는 것. 사람을 대할 때는 늘 그렇듯 진심을 다해야 통한다는 것을. 이렇게 오늘 또 하나를 배웠다. 그리고 손이 거칠고 가끔 까칠한, 나보다 나이가 한참 드신 사장님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거칠고 까칠하지는 않다는 것도. 생각보다 귀여우신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그들이 가지런히 벗어놓은 작업복마저 귀여워 보인다. 아무래도 난 이 집에 단단히 콩깍지가 씌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