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의 온도 차이
"엄마! 눈 와!!!"
아이의 외침에 다 같이 창가로 모여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차가운 공기가 방 안에 쑥 들어와 순식간에 온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우리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한참 동안 창을 열고 가로등 아래 떨어지는 눈을 감상했다.
금세 녹을 것 같던 눈은 어느새 소복이 쌓이고 그 위를 길고양이가 사뿐 거리며 지나간다. 순간, 마치 드라마의 멋진 한 장면을 본 것처럼 감동이 밀려온다.
아파트에 살 적에는 창문을 열고 아이들과 밖을 감상할 수가 없었다. 일단 창문을 열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과 눈이 마주쳤고, 그게 민망해 블라인드를 꾹꾹 내려 사생활을 가리기 바빴다.
주택으로 이사 오고 난 후엔 (게을러서 커튼 아직 못 달았음) 커튼의 필요성을 못 느낄 만큼 집 안에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일이 없다. 담벼락이 집 앞을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어느 정도 가려주고, 이웃집과는 창문이 트여있는 위치가 달라 눈이 마주칠 일이 없다.
아파트에 살 적에는 그날그날의 기온을 휴대폰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아파트의 시스템 창호는 바깥공기가 차가운지 따뜻한지 알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두터워, 어떤 날은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이었는데도 집 안 공기가 더워 얇은 재킷을 입고 외출했다가 혼쭐이 난 적도 있었다.
주택은 뜨끈뜨끈하게 살면 난방비가 어마 무시하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20도를 넘지 않게 설정해놓고 지내는 중이다. 반팔로 사계절을 지내던 아파트와는 달리 양말과 플리스 후디가 집에서의 기본 복장이다. 아이들이 자면서 수 없이 발로 차대던 이불도 주택에 온 후로는 그렇게 자는 내내 가지런히 덮여있을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아파트와 주택의 온도 차이인가 보다.
아파트에선 눈 내린 다음 날 아침 풍경이 어땠더라? 경비 아저씨께서 주민들 넘어지지 않게 정갈하게 쓸어주신 길로 그저 걸어가기만 하면 됐었는데 주택은 나 대신 이 집을 관리해줄 사람이 없다.
내일 아침엔 초록색 빗자루를 들고 대문 앞 골목길을 쓸어야지. 그전에 아이들과 신나게 눈싸움 한 판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