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션록홈즈 Jan 31. 2022

눈이 와요

아파트와의 온도 차이


"엄마! 눈 와!!!"


아이의 외침에 다 같이 창가로 모여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차가운 공기가  안에  들어와 순식간에 온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우리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한참 동안 창을 열고 가로등 아래 떨어지는 눈을 감상했다.



금세 녹을 것 같던 눈은 어느새 소복이 쌓이고 그 위를 길고양이가 사뿐 거리며 지나간다. 순간, 마치 드라마의 멋진 한 장면을 본 것처럼 감동이 밀려온다.



아파트에  적에는 창문을 열고 아이들과 밖을 감상할 수가 없었다. 일단 창문을 열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과 눈이 마주쳤고, 그게 민망해 블라인드를 꾹꾹 내려 사생활을 가리기 바빴다.


주택으로 이사 오고 난 후엔 (게을러서 커튼 아직 못 달았음) 커튼의 필요성을 못 느낄 만큼 집 안에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일이 없다. 담벼락이 집 앞을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어느 정도 가려주고, 이웃집과는 창문이 트여있는 위치가 달라 눈이 마주칠 일이 없다.


아파트에 살 적에는 그날그날의 기온을 휴대폰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아파트의 시스템 창호는 바깥공기가 차가운지 따뜻한지 알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두터워, 어떤 날은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이었는데도 집 안 공기가 더워 얇은 재킷을 입고 외출했다가 혼쭐이 난 적도 있었다.


주택은 뜨끈뜨끈하게 살면 난방비가 어마 무시하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20도를 넘지 않게 설정해놓고 지내는 중이다. 반팔로 사계절을 지내던 아파트와는 달리 양말과 플리스 후디가 집에서의 기본 복장이다. 아이들이 자면서 수 없이 발로 차대던 이불도 주택에 온 후로는 그렇게 자는 내내 가지런히 덮여있을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아파트와 주택의 온도 차이인가 보다.



아파트에선 눈 내린 다음 날 아침 풍경이 어땠더라? 경비 아저씨께서 주민들 넘어지지 않게 정갈하게 쓸어주신 길로 그저 걸어가기만 하면 됐었는데 주택은 나 대신 이 집을 관리해줄 사람이 없다.


내일 아침엔 초록색 빗자루를 들고 대문 앞 골목길을 쓸어야지. 그전에 아이들과 신나게 눈싸움 한 판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흥얼흥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