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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어 Oct 19. 2023

서른네 살, 엄마를 살렸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엄마의 기도에 관이 꽂힌다. 


그날 아침에는 

가끔 나는 미열 정도가 아니었다. 

손 끝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아침에 채 눈도 뜨지 못한 상태로도 나는 손을 놀려 엄마가 병원에 갈 수 있게 채비를 마쳤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앰뷸런스에는 동생을 태웠다. 

엄마가 입원을 해야 한다면 내가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에 

나는 별생각 없이 동생을 태워 보내고 

입원할 준비를 했다. 


엄마의 기저귀, 엄마의 약, 엄마의... 엄마의...


그리고 샤워를 했다. 

몸을 씻는 것만큼 병원에서 하기 힘든 것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늦게 샤워를 하고 

머리도 채 말리지 못하고 병원으로 갔다. 


그렇게 별 생각이 없었다. 


열이 잘 내리지 않고, 

숨을 쌕쌕 거리며 쉬셔도 

늘 있는 일이라 그다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주치의가 다가와 

생명연장을 동의하냐는 질문을 했을 때도

생각이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엄마는 깔끔한 사람이었다. 

용변 뒤처리를 내게 시키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실 정도로 

자식에게 손 벌리는 것을 싫어하셨던 분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생명연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겠어 엄마. 

그래서 엄마를 대신해 그렇게 말해줘야 하는 것은 나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질문을 받고 거기에 아니라고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나는 울었다. 

그 수많은 상황에서도 울지 않던 나는 

대여섯 명의 모르는 의료진들 사이에서 

펑펑 울었다. 


주치의는 일단 반대하지 않은 이상은 치료에 동의한 것으로 된다고 말했다. 

나는 네 감사합니다,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중환자실로 옮겨진 엄마에게 그 시간쯤에는 인공호흡기가 꽂혔다. 


"생명연장에 동의를 하신 거라서 인공호흡기가 들어갔어요."


나는 동의를 했나?

혹시 내가 엄마를 고통으로 빠트렸나?

엄마가 원하는 모양일까? 

엄마는? 엄마?


겨우 만난 엄마는 약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엄마의 입은 관과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엄마는, 

괜찮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엄마를 내가, 내가 저렇게 만든 것이다. 

당연히 보호자랍시고 

남은 가족에게 한 명 한 명 전화해서 의견을 물어보지 않은 채로 나는 

그냥 엉엉 울어버린 죄로 나는. 


그게 며칠을 힘들었다. 

나는 눈물을 흘려댔고 아빠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없었잖아. 

내가 필요할 때 옆에 없었잖아. 

내가 물어봤을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잖아. 

그 선택을, 

책임을, 

나 혼자 지게 했잖아.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그게

내 탓이라고 누군가가 한 사람이라도 말한다면 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엄마가 중환자실에 들어간 이후에도 꼬박꼬박 세 끼 밥을 챙겨먹었다. 

한 명이라도 안 먹기 시작하면 

아무도 밥을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해진 시간에 밥상에 

엄마의 빈 자리리를 애써 무시하며 

앉지도 않은 채로 밥을 먹었다. 


서로 함께 있으면서도 한마디를 안할 때도 있었고 

일부러 다른데에서 문자로만 얘기를 하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고 

그게 서로에게 꽤나 위로가 됐다. 


결과적으로 엄마는,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기도에 관을 꽂게 된다. 

그곳으로 숨을 쉬고 

침과 가래를 빼내줘야 한다. 


정말 미안하게도 

나는 아직도 너무 엄마가 필요해서 

우리는 아직도 괜찮은 척만 하고 있어서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가 집에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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