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의 멈춰버린 아침
아직 2024년을 마무리하기도 전인데, 느닷없이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하다. 2024년 겨울 나는 낯설고도 익숙한 대한민국의 풍경 한가운데 서 있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탓에 어젯밤 일찍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새벽 울리는 카톡 소리,
생각 없이 핸드폰의 카톡을 본 순간, 벌떡 일어났다.
그 뒤로 몰려온 불길한 뉴스들.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들과 공포스러운 말들이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계엄령”이라니. 오래된 교과서에서나 읽던 단어,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던 그 단어가, 실시간 뉴스 속에 1979년의 그 시절 그 영화처럼 흐르고 있었다.
어리둥절한 마음에 리모컨을 집어 들고 TV를 켰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현실감이 없었다. 전쟁의 서막처럼, 군인들이 완전무장한 채 거리의 골목골목을 가득 메웠다. 군복의 위압감, 묵직한 군화 소리, 그리고 마치 세상을 지배하듯 어깨 위에 얹힌 총구. 믿기지 않는 광경에 숨이 턱 막혔다. 그저 조용하고 평범한 아침이었을 뿐인데, 세상은 어느덧 숨조차 크게 내쉬기 어려운 곳으로 변해 있었다.
"전쟁이 나는 건가?"
이 짧은 의문이 나를 집어삼켰다. 손에 잡히지 않는 두려움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려앉았다. 마치 역사의 어느 갈피에 내가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1979년이라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말인가. 계엄령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도 두렵다 여겼던 세상에서 살아왔건만, 어찌 된 일인지 나는 과거의 어느 순간과 맞닿아 있었다.
불안감은 짙어져 갔고, 어색한 정적이 창밖으로 번졌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사람들의 숨죽인 기운이 집 안 깊숙이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이제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나의 ‘2024년’에선 매일 아침의 루틴처럼 출근 준비를 하던 나였는데, 여긴 어디이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바깥은 이미 비상한 공기 속에 잠들어 있었고, 내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묘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의 시위 장면이 뉴스로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계엄령 해지를 요구하고 있었다. 목소리는 격양되었고, 그들의 외침은 스피커를 통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멀리 있는 듯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너무나 가까운 현실이었다.
뉴스 속 앵커의 목소리가 울렸다. "계엄령 해제."
뉴스는 다시 평정을 되찾은 듯 계엄령의 해지를 알렸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출근을 해야 하는 것일까? 평범한 일상을 찾으려 노력하는 나와, 그 일상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워하는 나 사이에서 갈등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단순한 시간여행처럼 느껴지던 이 상황이 실은 오늘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자유’의 무게를 되새기게 한다는 것을. 계엄령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과거의 역사 속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오늘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조심스레 옷을 챙겨 입었다. 어둡고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다시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일상’이란 이름의 출근길이, 이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2024.12.03 계엄령선포의 황당함에 눈을 뜬날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