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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Aug 01. 2022

내 아들이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을까?

서류 두 개가 집으로 날아왔다.

 

서류 두 개가 집으로 날아왔다. 하나는 재준이의 ‘취학 통지서’, 다른 하나는 ‘특수 교육 대상자 진단 평가 결과 통지서’였다. 재준이는 운이 좋게도 특수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다. 주변에서 특수학교에 지원한 아이들 중 재준이만 합격을 했다.

 


 특수학교는 지원자가 많아 장애 중증도를 보고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재준이가 특수학교에 합격을 했다는 건, 장애 중증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입학을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재준이는 그대로인데 그런 걸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나’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재준이는 그대로



 특수학교에 합격하기까지 재준이는 여러 과정을 거쳤다. 가장 먼저 했던 건, 장애 등록이었다. 특수 교육을 받거나 특수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 꼭 장애 등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등록된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특수학교에 입학할 확률은 낮다.  



 장애 아이의 엄마가 되고 놀란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 장애아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재준이가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곳에서는 다른 장애 아이들과 치료 자리를 경쟁해야 할 정도다.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복지관 같은 경우에는 치료 등록을 한 뒤 5년 뒤에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나는 재준이를 키우기 전까지 주변에서 장애 아이를 한 명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대체 어디에 숨어 있던 걸까?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내 앞에 가득 나타났다.






 특수학교에 지원하러 가는 날에도 입학 정원보다 많은 수의 학부모가 지원서를 작성하러 왔다. 재준이가 지원하려고 하는 학교의 입학 정원은 열두 명이었다.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와 ‘어떻게 하면  특수학교에 붙을  있는지’,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담당자에게 묻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도 ‘재준이가 특수학교 입학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가장 막막했다. 재준이는 언어 표현이 전혀 되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를 보호할  없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전혀 말할  없는 재준이를 일반 학교에 보낼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입학 신청서에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문항이 많았다. 신청서는 ‘아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의 돌봄이 필요한지' 등 아이의 증상이나 발달 정도를 묻는 자세한 질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각 문항마다 한 줄도 남김없이 빽빽하게 답을 작성했다. 부모를 대신해 신청서를 작성하러 온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대체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힘들어하셨다. 나는 빽빽하게 적힌 내 입학 신청서와, 교실을 빼곡하게 가득 채운 학부모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빽빽하게 적은 내 서류를 보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특수학교 합격 통지서를 받기까지 긴 과정을 거쳐왔다. 어렵게 받은 합격 증서였지만,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기뻐하기가 힘들었다. 특수학교에 지원했다 떨어진 그 많은 아이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재준이처럼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일반 학교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나는 한 줄도 남김없이 적은 내 입학 신청서가 생각났다. 그렇게 빽빽하게 적을 힘이 있는 나는, 다른 재준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길고 긴 밤, 나는 잠을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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