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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주씨 Mar 12. 2023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활

언어재활사가 되었다.


언어재활사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었다. 아직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40분 동안 이야기를 하는 이 직업이, 그리고 그 시간이 나는 즐겁게 느껴진다.



뷰가 좋은 내 방! ㅋㅋ


아이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가끔 아이들이 하는 말이 나에게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아, 의도하지 않아서 더 감동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Y에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발화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Y에게

"왜 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꺾어서 집에 가져가면 안 될까?"

라고 물었다. 무미건조한 대답이 나올법한 질문이 아닌가. '내 것이 아니니까.' 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봐야 하니까.'같은 대답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Y는


그건 지구 거니까 가져가면 안 돼요.


라고 답했다.

"그러네, 맞네. 길가에 피어있는 꽃은 지구의 것이구나."

나는 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H의 말에 동의를 해주었다. Y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름답고 순수하게 느껴졌다.



무뚝뚝한 H에게는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을 떠올리면 어떤 단어가 생각나?"

H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보고 싶다.


라고 답했다. 문 바로 앞에서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시는데도 말이다. 나는

"엄마, 아빠랑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금도 밖에 계시잖아."

라고 말했다. H는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래도 보고 싶어요. 아 그리고 '배고프다'도 생각나요.


나는 '배고프다'에 빵 터졌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요'라고 H가 무미건조하게 말한 그 순간이 이상하게도 계속 마음에 남는다.




아이들과 40분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며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놀랍게도 무발화 아이들과도 가능하다.) 내가 이 직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할 생활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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