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안의 고래상어는 행복할까?
무엇인가 잘못됐다.
이 거대한 고래상어 말이다.
이 고래상어는 최적의 수온에서 살 수 있으니 추울 일이 없고, 매 끼니마다 입맛에 맞는 밥이 제공돼서 배고플 일이 없다. 때때로 건강검진을 받으니 아플 일이 없고, 천적이 없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일도 없다. 안전한 수조 안에서 죽음을 맞이할 거대한 고래상어.
벌써 4학년, 재준이는 10대가 되었다. 인간을 단순히 기능으로 나누는 것이 싫어 ‘고기능 또는 저기능’ 같은 말을 싫어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저기능 자폐인인 재준이.
간단한 의문사 질문에도 대답을 잘 하지 못하고, “화장실이 가고 싶다, 배가 고프다.”같이 간단한 의사 표현도 하기 어려워하는 재준이. 나는 이런 재준이와 떨어져 사는 것을 생각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장애 아이의 엄마가 그렇듯, 나도 우울증으로 고생했던 시기가 있었다. 한동안 정신과 약을 먹고 심리 상담을 받았다. 상담 기간에 재준이의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뤘는데, ‘재준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상담사의 말에, 끝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미래가 달갑지 않다. 나는 점점 노쇠해질 테고 재준이는 건장하게 크겠지. 점점 거대해지는 재준이의 모습을 보며 두려움을 느낀다. 그때가 되면 재준이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배가 고프다고는 할 수 있을까? 재준이는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같이 느껴진다. 나는 재준이와 하나인 듯 아닌 듯, 한몸인 듯 아닌 듯 그렇게 분리되지 못한 채 살고 있는듯하다.
그런데, 고래상어 말이다.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평생 배고플 일도, 아플 일도, 천적을 만나 생명의 위협을 받을 일도 없는 고래상어 말이다. 그러니까 이 거대한 고래상어는 좁은 수조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추울 일도 배고플 일도 없겠지만, 수조 안에서 뱅글뱅글 도는 일 밖에 할 수 없다. 수조에 갇힌 고래상어는 자유가 없고, 그러니 성장할 일도 없다.
좁은 수조 안에서 죽음을 맞이할 이 고래상어는 행복할까?
배고플 일도, 아플 일도 없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이전까지 나는 재준이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부모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좋을지 싫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냥 재준이를 책임지고 성심성의껏 보살펴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늘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재준이에게 따뜻한 집과 먹거리를 주고, 함께 재미있는 것을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부모를 벗어날 수 없는 삶, 평생 부모의 통제 안에서 살아가는 삶. 그래서 부모에게 모든 것이 달려있는 삶이라니...
추울 일도, 배고플 일도, 아플 일도 없으니 재준이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수조 안의 고래상어는 어떤 밥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다, 어떻게 죽을 것인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때문에 안타깝게도 우리는 고래상어의 ‘미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수조 안의 고래상어에게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정해 준 대로 사는 삶, 주도적이지 않은 삶에는 ‘미래’가 없다.
나는 재준이의 미래를 궁금해하고 싶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가치를 둘 것인지, 어떤 취미를 가질 것이고, 어떤 마음으로 중년과 노년을 맞을 것인지, 나는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고 싶다. 그래서 내 수족관 안에 재준이를 가둬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넓고 넓은 바다에 나가서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찾길 바란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선택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유가 있는 모두가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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