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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나무 May 22. 2023

6. 엄마를 위한 그림책 독서

자녀 독서를 위한 엄마의 준비

2023년 5월.

우리 집 소년들은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형님들이 되었다. 큰 아들은 키가 172cm 정도로 나보다 훨씬 크고, 둘째 아들은 키는 작아도 나에게 도전하여 팔씨름을 이긴다. 도서관을 싫어하던 둘째 아들이 조그만 몸으로 네모진 파란 책가방을 메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스스로 책을 읽는 시간도 많이 늘었다.


아이들이 '아침에' 독서를 한지 어느덧 5년 차가 되었다. 2019년도 첫 해에는 학교 가기 전 5분 독서, 2020년도에는 엄마와 함께 한글책과 영어책을 번갈아가며 하루 1시간~2시간 책을 읽었다. 코로나 시작으로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서 가능했다. 2년의 휴직기간이 끝이 났다. 엄마인 내가 복직한 2021년과 2022년에는 스스로 7시에 일어나 30분 독서를 했고, 현재 2023년에는 6시 30분에 일어나 무려 1시간이나 독서를 하고 있다.


내가 휴직하던 2019년,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이라는 선물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에 다 같이 독서를 했다. 단 5분이라도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교 후 자유 시간에 원하는 책을 읽었다. 처음부터 스스로 책을 찾아 읽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꾸준히 책 읽기를 하길 바랐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껏 신경 써줘야 하는지는 몰랐다. 엄마가 책을 좋아해서 지속적으로 아이들 책에도 신경을 썼기에 가능했다.


만약 부모가 책에 관심이 없지만 내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선수들도 본격적인 운동을 하기에 앞서 몸 푸는 시간을 가진다. 공부를 안 하던 이가 공부를 하려면 책상 정리, 공부 계획 짜기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자녀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기 전에 가장 중요한 워밍업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엄마가 독서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희한하게 부모가 자신 없고 하기 싫어하는 것은 아이도 잘하려 들지 않는다. 엄마가 책을 읽지 않고 아이에게 책 읽으라고 시키기만 한다면 아이들은 독서가 즐거운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특히나 책 읽기를 싫어하는 경우는 더 그런 생각을 한다.


'독서는 좋은 것이라면서 왜 우리한테만 책을 읽으라고 하지? 내가 하기 싫은 숙제 같은 건가.'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억지 독서는 아이를 책에서 멀어지게 한다. 밀린 숙제 같은 독서가 아니라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을 불어넣어 주면 된다. 참 어려운 이야기다.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만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그 이후의 결과는 연연하지 않는 게 내가 터득한 방법이다.


'내가 문학책을 읽어본지가 언제인지.'

엄마가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자녀에게 독서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어도 한계에 부딪힌다. 내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지 막막하다. 그저 독서하라고 왜 책을 안 읽냐고 답답해하며 말로만 지시할 뿐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독서법 책을 읽어도 아이들에게 적용시키기 어렵다. 엄마가 먼저 실천해 보는 것이 가장 훌륭한 자녀 독서법이다. 그러면 분명히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책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그러하다. 내가 잘 알고 잘하는 분야는 실행의 어려움을 이해하며 자신감 있게 가이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곁눈질로 독서라는 환경에 노출된다. 내 아이를 위한 책을 고르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좋아하는 책'을 찾는 것이다. 엄마를 위한 책, 나만을 위한 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직접 가서 아이들 책을 고르기 전에 나를 위한 책 코너로 어디든 발걸음을 옮긴다. 패션, 인테리어, 동물, 요리, 경제, 자기 계발, 인문학, 소설, 에세이, 시 등 여러 분야를 만날 수 있다.


엄마가 도서관과 서점에 익숙해진 후 초등학생인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이 필요하다면 그림책으로 독서를 시작하길 권한다. 독서 모임에서 그림책을 좋아하시던 회원님이 있었는데 회원들에게 '어른을 위한 그림책' 소개를 많이 해주셨다. 그 덕분에 그림책으로 위로받고, 눈물도 흘리고, 감동받은 적이 많다. 그림책은 유치한 줄로만 알았는데 나를 울리고 감동시켰다. 내가 읽고 감동받고 재미있었던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일은 자연스럽다. 엄마도 재미없어하고 유치하다 느끼는 책을 억지로 연기하며 읽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엄마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찾아 읽고, 어른의 그림책을 찾아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의 세계로 퐁당 빠진다. 좋은 그림책 안에서는 큰 서사가 있고 내 안의 세계를 만난다. 그렇게 그림책에 매료되고 나만의 베스트 그림책을 발견한다.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엄마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게 된다.


초등학생에게 그림책은 유치한 것이 아니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책이며, 초등 고학년이 되어 소설책을 접할 수 있는 초석이 된다. 그러니 그림책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림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상상력도 풍부하고 나중에 두꺼운 소설책도 술술 읽기 때문이다. 우리 집 큰 아들도 초등학교 4, 5학년 까지도 그림책을 충분히 읽고 즐겼다. 그 이유는 내가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종종 빌려왔기 때문이다. 좋은 그림책은 충분히 접하는 것이 좋다.


엄마가 책을 가까이하면 아이들을 위한 독서 습관 만들기 준비단계는 완성이다. 엄마가 그림책을 좋아하고, 관심 분야의 책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들도 언젠가 그런 모습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은 필요하다.  이제 자녀 독서 습관 만들기의 절반은 완성되었다.



<그림책 소개 : 안녕달 작가님, 백희나 작가님, '나는 기다립니다',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1. 안녕달 작가님 그림책 : <수박 수영장>, <메리>, <할머니의 여름휴가>, <왜냐면>

 1-1. 수박 수영장 / 저도 정말 수박 수영장으로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_<

더위를 이겨내는 기발한 수영장. 여름 햇볕이 뜨거워지면 '수박 수영장'이 개장합니다.

 1-2. 메리 / 명랑한 시골 개 이야기, 따뜻함과 정겨움 속으로 퐁당

아무나 보고 반기는 해맑은 개 메리와 무심한 듯 챙기는 할머니. 복닥복닥 정감어린 생활의 풍경이 있습니다.

2. 백희 작가님 그림책 : <구름빵>, <달샤베트>, <삐약이 엄마>, <알사탕>, <이상한 엄마>

 2.1 구름빵 / 구름으로 만드는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훨훨 날아요. 백희나 작가님은 천재입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따뜻한 사랑이 고소한 빵 냄새에 묻어나는 사랑스런 그림책

 2.2 달샤베트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입니다. 달샤베트로 여름을 이겨볼까요?

무더운 여름, 전기를 너무 많이 써서 정전된 아파트에 '달샤베트'를 만든다.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상 수상작!!

 2.3 삐약이 엄마 / 고양이 엄마의 무한한 사랑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 반전의 반전!

악명 높은 고양이 '나양이'가 작고 귀여운 병아리 '삐약이'를 낳으면서 벌어지는 따뜻한 이야기

 2.4 알사탕 / 세상에서 어려운 게 마음을 건네는 거지요. 그 용기를 주는 마법의 알사탕이 여기에 있습니다!

동동이가 알사탕을 먹자 원래는 들을 수 없던 마음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빠와 할머의 진심, 소파와 강아지의 이야기도요.

 2.5 이상한 엄마 / 선녀님,  전화도 받아주세요. 백희나 작가님이 건네는 위로와 격려의  >_<

호호가 열이 심해 조퇴를 했대요. 엄마는 회사에 있고 집에는 아무도 없는데 어쩌면 좋죠? 누구라도 좋으니 도와주세요!

3. 나는 기다립니다(세르주 블로크) / 펑펑 울었습니다. 인생을 살며 기다림에 대해 깊은 시선으로 그린 책.

주인공이 인연을 맺는 사람들에게로 빨간 끈이 이어집니다. 기쁘고 가슴 졸이던 시간, 기다림의 크고 작은 무게를 짚어냅니다.

4.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로버트 베리) / 커다란 나무 하나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의 기적!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하나로 '나눔의 기쁨'을 누려보세요.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는 책입니다.

5. 어른을 위한 그림책 지침서 3 / 어른을 위로하는 , 자기개발서이자 육아서 같은 책입니다. 강추!

 - 어른의 그림책,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어른과 아이를 위한 따뜻한 감동의 그림책. 여기서 소개하는 책만 다 읽어도 '그림책 전문가'가 될 거에요.






습관 1. 자녀 독서를 위한 엄마의 준비

 - 엄마의 예쁜 말공부 https://brunch.co.kr/@cdt1004/6

 - 읽기 독립은 언제 하나요? https://brunch.co.kr/@cdt1004/14

 - 엄마를 위한 그림책 독서 (현재글)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소년은 평일에 아침 독서 1시간(6:30-7:30) 하고 있습니다.     

 - 2023년 5월의 기록     

 - 자녀 독서 기록 : https://instagram.com/readingtree_small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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