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음 짓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잇속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다면
가서 돌보아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두려워 말라 달래주고
북쪽에 다툼이나 소송이 있다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운 여름이면 걱정하며 걷고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행복은 오직 내가 만드는 것
삶의 고통은
누구 덕분에 가벼워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내 삶은
자기 자신만이 괜찮게 만들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
다른 사람의 존재
다른 사람의 부재
거기서 오는 감정은 모두
내가 만드는 것일 뿐,
누구도 내 삶을 구해주지 않는다.
모든 고통, 불행, 만족,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온전히 생각만으로
때로는 생각에 행동이 결합해서.
어떤 사람의 흉악한 말
나를 모함하는 말
사실이 아닌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지
그 말이 나를 해치지 못한다.
그것을 내가 집어 들 때
나를 해치게 될 뿐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말은 무시하고
그런 사람도 있는 거야
저런 사람도 있는 거야
인간 세상이 그래.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
느끼게 만들어 주는
사람도 많다.
내 삶을 가꾸는 방법은
그 사람들 속에 어울리고
그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꾸려나가는 것.
행복은 오직 내가 만드는 것이다.
그림책 <비에도 지지 않고>를 읽다가
유시민 작가의 말을 기억했다.
행복은 오직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
'비에도 지지 않고' 속 화자는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해가 나거나
한결같이
자기 자신이고 싶어한다.
그를 흔드는 것들이 많지만
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세상엔 그런 날도 있는 법이라고.
살면서 눈물 흘리는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고
지친 사람의 볏짐으 날라주고
아픈 사람을 위로하며
가뭄도 함께 걱정하고
여름 냉해도 같이 걱정하며
남들이 바보라 불러도
한결같이 나이고 싶다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화자.
그는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진짜 행복할 자격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