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잠수
여름의 잠수| 사라 스트리스베리
어느날, 우리 아빠였던 사람이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가 아빠를 세상에서
오려 낸 것 같았다.
아침 식탁에서 아빠가 앉았던 자리에
구멍이 나 있었다.
-여름의 잠수
80%를 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가족 등의 죽음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나 죽음이 있다는 걸 아는 건 만 5세가 넘어야 가능하고, 그 전에는 죽음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은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죽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한다.
죽음을 다룬 그림책이 제법 많다. <오소리 이별 선물>, <사과나무 위의 죽음>, <할머니가 남긴 선물>, <망가진 정원> 그리고 <여름의 잠수>. 어디 이뿐이랴.
소이는 어느날 아빠가 일상에서 사라지고, 모든 문이 잠긴 건물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병원. 소이는 면회조차 거부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 아빠가 아프다는데, 어떻게 해도 슬픔이 가시지 않는 아픔이 있다는 걸 소이는 이해하기 힘들다.
소이는 아빠가 있는 병원에서 사비나를 만난다. 수영 선수였던 사비나는 또 왜 여기 있는지, 소이는 알 수 없다. 사비나는 소이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지는 않는다. 다만 둘은 헤엄치며 함께 지낸다.
아빠가 만나길 원하지 않았지만 소이는 사비나를 만나기 위해서 병원을 간다. 그러다 아빠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사비나가 있어서 가게 되고 아빠를 만날 수 있었던 듯. 사비나는 어느 사이 그림책에서 사라진다. 더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빠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사비나도 그렇다.
소이의 어느 여름의 기억이다.
왜 어떤 사람은 살고 싶지 않을까?
내가 있고 나비가 있고 하늘이 있는데.
어떻게 아빠는 살고 싶은 마음이 안 들까?
세상에 내가 있는데.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냥 그랬을 뿐.
- 여름의 잠수
이 책은 대범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에겐 슬픔이나 죽음도 어려운데, 거기에 마음의 병까지 다룬다. 심지어 그 죽음까지도. 소이 아빠는 끝내 행복하지 못한채 이야기는 끝난다.
어떻게 해도, 무엇을 해도 행복해지지 않는 아빠도 아빠지만 그걸 이해해 보려고 애쓰는 소이, 이런 것도 그림책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아련한 아픔이 있는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