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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Jun 04. 2024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배고픈 거미


배고픈 거미 | 강경수






숲 속에 거미가 살았다. 거미는 거미줄을 쳐서 걸리는 것들을 먹었다. 그날은 파리가 한 마리 거미줄에 걸린다. 파리가 거미줄에서 벗어나기 위해 날갯짓을 하며 내는 앵앵 소리를 듣고 개구리가 와서 거미줄에 걸리고, 개구리를 먹기 위해 뱀이 오고, 또 거미줄에 걸린 뱀을 먹으려고 올빼미가 온다. 오고, 또 오고. 단지 잡아먹기 위해서 오는 족족 동물은 거미줄에 걸리다, 마침내 호랑이까지 거미줄에 걸린다.

   


"우린 끝난 목숨이야. 배고픈 거미보다 무시무시한 건 본 적이 없어. 우리를 먹어 치울 거야!"


파리가 지르는 소리에 동물들은 저마다 공포에 질린다. 그때 저만치서 '스윽' 나타나는 거미. 

그림책 읽는 모임에서 함께 읽고 마음에 걸리는 그림이나 문장을 꼽아보자고 했다. 실제보다 크게 과장된 그림으로 '스윽' 거미 다리 일부를 보여준 그림에서 '흡' 숨이 멈출 지경이었다고 말하는 분이 있었다.


공포에 질려 있을 때는 종이 조각 한 장에도 겁에 질릴 수 있더라는 경험을 이야기 했다. 모두들 공감했다.


다른 분은 호랑이까지 거미줄에 걸렸다는 표현과 그림을 골랐다. 실체를 모를 때 두려움이 자라고 두려움은 자신의 본 모습마저 잊게 하거나 심하게는 아예 잃어버리게도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 분은  책을 예시로 들었다.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였다.  다른 아이보다 나이 많은  동급생이 갖은 횡포를 부려 고통받는 아이들 이야기다. 주인공은 교생으로 나온 선생님 덕택에 두렵게 하는 실체를 파악하게 되고 마침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때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기억난다고 했다. 공포는 두려움을 먹고 자라며, 두려움은 실체를 잘 모를 때 생긴다.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려움과 맞서는 것이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주인공은 용기를 낸다. 


또  한 분이 죽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누군가를 잡아먹으러 온 동물들이 곧 우리 모습같아서 마음 아파고 뜨끔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직장 생활을 접은 이유가 되었다며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한 실수였지만 실수한 자신을 더 궁지로 몰아 넣고 면책하려던 비열한 상사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모두 숙연했다. 아무 말도 붙이지 못했다.      


궁지에 몰린 동물을 먹기 위해 왔다가 자신도 기미줄에 걸린 동물들. 그들은 모두 거미의 먹이가 될 수 없었음에도 자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거미한테 절절 매다니, 안타깝다고 말한 분이 있었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역시 두려움에 사로잡혀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 이야기에 이어서 다른 분은 거미가 '톡' 거미줄을 끊어주자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가는 동물 모습을 꼽았다. 그대로 도망가다니, 약자를 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자기 이익에 사로잡힌 나머지 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도망치는 모습이 딱했다고 했다. 비겁하거나 비열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림책 한 권에 이렇게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니, 모두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읽고 이야기 나누고 생각하고 깨닫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생활 속에 적용할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자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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