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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Jun 04. 2024

정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을까

해님 달님

해님 달님 |송재찬


해님 달님/국민서관

옛날 옛날 산골에, 애기들 셋과 어머니가 살았어.


아버지가 없는 집은 지금도 가정이 넉넉히 잘 사는 일은 쉽지 않지. 하물며 여성이 일을 하기 어려운 옛날 이야기니 어려움은 말할 수 없었겠지.

 

엄마는 아이들끼리만  놔두고 일하러 가고는 했어. 아이들끼리만 남았을 때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아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 그 아이들과 먹고 살자면. 


그날도 어머니는 남의 일을 가 갔다가 품삯으로 떡을 받아 돌아오는 길이었어. 그날따라 늦게까지 일을 하고 오느라 이미 날은 저물었지. 어머니는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어. 어서 바삐 가야겠다는 생각에 어머니는 안전한 마을길을 놔두고 지름길인 산길을 택했어. 호랑이가 나온다는 말이 있었지만 하루종일 굶고 어머니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할 때 이것저것 재고 따질 형편이 아니었지.


초겨울이었지만 뛰다시피 걷다보니 등에서 땀이 흘렀어. 그래도 머리에 이고 있는 떡을 아이들에게 줄 생각에 힘든 것도 몰랐지. 그러나 하느님은 야속도 하시지. 고난은 가난한 어머니라고 해서 쉽게 넘어가 주지 않는구나. 호랑이를 만난 거야. 한 고개를 막 넘어가는데, 불처럼 타오르는 눈빛을 가진 호랑이를 만났구나. 


"어디 갔다 오나?"

"일하러 갔다 온다."

"머리에 이고 있는 건 뭔가?"

"품삯 대신 받은 떡이란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머니는 호랑이가 무서워 떡 하나 주면  안 잡어먹는다는 말에 얼른 떡 한 개를 호랑이에게 주었지.

서둘러 또 한 고개를 넘어가는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소리가 들렸어.

그렇게 하나씩 주다보니 몇 고개 넘다 보니 떡이 남아 있지 않았어. 호랑이는 어머니 옷을 달라고 하고, 또 무엇을 달라하고---. 더는 줄게 남아 있지 않았어.


어머니는 진작에 알았어야 했어. 떡 하나 주면 안잡어 먹지, 하는 호랑이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한편 그리되도록 아무 대책도 쓸 수 없었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네.


나는 옛날 이야기에서 팔 하나 내라고 해서, 하나 줬더니 다른 팔도 내라 하고, 다음은 다리 하나ㅡ 그러다 마침내 몸뚱아리까지 다 빼앗겼다는 이야기를 여러 종류의 버전으로 들었어. 팔을 달라니, 없는 사람이 몸이라도 성해야 먹고 살지. 그런 사람의 팔을 내놓으라고 하는 자들에게 애시당초 자비란 없어. 기대가 허무하지. 팔 하나로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고통만 길어질 뿐. 야속하지만 세상 이치가 그래. 처음부터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해님 달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어.   


<해님 달님>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너도 알지?

결국 어머니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고 말았어.


호랑이는 어머니 옷을 입고 남매가 사는 오두막으로 왔어. 엄마가 왔으니 어서 문을 열라고 했지. 배가 고팠던 어린 동생은 망설일 것 없이 문을 열어주려고 했지만, 오빠는 달랐어. 목소리가 이상했던 거야.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니야. 목소리가 쇴어."

"찬바람 쐬고 달려와서 그렇단다."

"그럼, 손을 내밀어봐."


호랑이가 문틈으로 손을 밀어 넣었지. 털이 북실북실한 게 어머니 손이 아니었어.

오빠는 이제 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어. 


"우리 엄마 손이 아니야."

"길쌈을 매고 와서  손이 거칠단다." 


호랑이가 손에 밀가루 칠을 하러 간 사이 남매는 뒷문으로 나가 호랑이 몰래 나무 위로 올라갔어.


"얘들아 어디있니?"


아이들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아이들을 찾아 집안을 뒤지다 우물 속에 비치는 아이들을 보았어. 


"얘들아, 거긴 왜 들어갔니?" 


동생이 깔깔 웃으먀 말했어.


"바보야, 우린 나무 위에 있어."


호랑이는 아이들을 잡으러 나무를 오르려 했지만 미끄러지고는 했어.


"애들아, 거긴 어떻게 올라갔니?"

"손에 참기름 바르고 올라왔지."


오빠가 말했어.

호랑이는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오려고 했지만 주르륵 미끄러워서 올라갈 수가 없었지.  그 모습을 본 동생이 깔깔대고 웃으며 말했어.


"바보,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서 올라와야지."


과연 호랑이가 도끼로 나무를 찍으며 올라와, 곧 잡아먹히게 되었을 때였어. 오빠가 하느님께 기도했어.


"우리를 살려주시려거든 새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우리는 죽게 하시려거든 썩은 줄을 내려주세요."


기도가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스르르 동아줄이 내려왔어. 아이들은 얼른 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어.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된 호랑이도 얼른 기도했어. 얼결에 들은대로 


"하느님 하느님 저를 살려주시려거든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죽게 하시려거든 새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기도가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줄이 내려왔어. 호랑이는 덥썩 줄을 잡고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어. 아이들이 잡힐락말락 따라왔을 때 그만 줄이 끊어졌어. 하늘에서 내려준 줄이 삭은 동아줄이었던 거야. 


호랑이는 수수밭에 떨어졌어. 추수가 끝난 수수밭에는 베어내고 남은 수숫대가 날카롭게 남아 있었지. 그 날카로운 수숫대에 호랑이 엉덩이가 찔려 호랑이는 피를 흘리다 죽었다던가?    


암튼 호랑이 피로 수숫대가 붉은 색이 된 거래.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아이들은 마침내 하늘로 올라가 밤을 무서워하는 여동생은 해님이 되고, 씩씩하고 지혜로운 오빠는 달님이 되었대.  


이건 그냥 딴 소리인데ㅡ


요새 벌어지는 일, 예를 들면 네이버 '라인 사태' 같은 거- 를 보면서 "해님 달님" 에서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가 생각났어.

떡 하나로 만족할 호랑이가 아니란 걸, 어머니는 알고 죽었을까?  호랑이는 또 다음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겠지.


남매가 해와 달이 되기 전까지는 해님달님이 없었던 건데,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느냐라든가.

사실 호랑이는 나무를 잘 타. 그런데 나무를 올라가지 못하는 호랑이라니. 또 호랑이는 살인죄, 협박죄 등등 지은 죄가 이마저마 어마어마하다든가 하는 얘기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옛날 이야기니까. 


호랑이를 탐관오리라고 하는 이도 있고, 계모라고 하는 이도 있고, 심지어 생모라고 하는 이도 있어. 생모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어떤 사람은 트라우마가 생겼다고도 하더라만. 암튼 탐관오리라고 둘러대는 건 그나마 좀 나은 건가? 생모라면 너무 이야기가 비참하네.


한편 점심을 먹은 후라도 마음 먹으면 가 보고 늦지 않게 돌아올 수 있는 갈 수 있는 용인 에버랜드 호랑이나, 태백산 자락 봉화 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는 귀엽기만 하더라만. 호랑이를 괜히 악마화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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