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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Jul 15. 2024

홀로 시작하는 이를 위한 이야기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 박정우



누구라도 좋으니 나에게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어!


코로나가 극성일 때 파스타집을 오픈해서, 그를 아는 이도, 그를 모르는 이조차, 이 사나운 시절에 식당을 시작하다니, 제정신인가? 모두들 근심스럽게 보게 했던 청년 셰프. 그가 두 번째 책을 냈네요.


대단한 해법이 들어 있는 계발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이웃에 사는 청년의 자기 성장 과정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청년의 눈으로, 시작하면서, 발견하고 생각한, 거창하지 않은 것들이어서, 읽는 이들 누구나 공감하고 끄덕이게 됩니다.


이 청년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볼 때마다 태도가 참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제 말 뜻을 이해하실 거예요.


모두 어렵다고들 하는데 성실로 제 삶을 잘 가꿔가는 청년입니다.  그가 곧 "나는 전주비빔 파스타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1장



이 책은 크게 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장 '나의 이야기'는 이 글을 써야 하는 당위성을 말하기 위한  프롤로그 같습니다. 작가의 출생과 성장을 둘러싼 환경 이야기를 조곤 조곤 듣는 것 같아요. 드러내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어려웠던 성장 배경을 모르는 다수에게 보여주는 거니까요.  2장에서 5장까지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가 필요했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마디마디 걸림돌이 되었던 환경, "지금도 제대로 못하면 쳇바퀴 같은 삶일 거야!" 그러지 않기 위해 작가는 자신의 현실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정리한 것이 13가지입니다. 평범한 20대 청년들 삶이 이 청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대학교에 들어오면서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부모님 용돈으로 생활한다.

이미 빚을 지고 사회초년생으로 시작한다.

취업했을 때 비로 학자금을 갚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천천히 갚기 시작한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연애를 한다.

결혼을 한다.

빚이 1~2천만에서 1~2억ㅇ로 늘어난다.

남들과 비슷하게 살기 위해(남들보다 초라하게 보이지 않게 위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무리해서 소비한다.

급여만으로 집을 살 수 없으니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니 아이 낳으라는 부모의 바람을 거절하기 어렵다.

빚을 갚지 못하고 아이를 키우니 비용이 증가한다.

살기에 급급하니 노후 준비도 부실하다. 소득구간은 한계가 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해서 성장한 후배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쫒겨나지 않기 위해 무리한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미래를 그리기 위해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리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을 3가지로 정리합니다.


지출을 늘리지 않고, 지출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방법을 먼저 배운다.

학자금 대출은 받지 않는다. 조금 힌들더라도 빚은 최대한 지지 않고 시작한다.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는다. 결국에 내 삶을 뜻대로 관철하려면 성인이 된 이후에는 부모님에게도 지원을 받으면 안 된다. 그래야 내 의견을 관철할 수 있을 테니까. 

  


2장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이 나고 자라서 생활하는 환경에 영향을 받습니다. 복잡한 현대 과학문명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줍니다.  2장에서 작가는 1장에서 세운 실천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전, 보다 정확한 현실 파악을 위해 시대를 분석합니다. '어려운 시대'라고 작가는 판단하고 거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모색합니다.   판단한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4개로 정리합니다. 


회사원으로 죽을 때까지 다니겠다고 마음 먹어도 언젠가는 은퇴하게 된다

윗자리로 올라갈수록 더 치열하게 경합해야 하는 부분도 잇는데ㅡ 그 치열한 경합이 금나한 가치가 있는가?

아무 준비 없이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긴 시간 동안 가족 간의 교감이 없다면 내가 은퇴하고 돌아갔을 때 가정에 나의 자리가 있을까?




3장



작가는 나를 둘러싼 환경을 파악했으니, 이제 자신을 정확히 알 차례라고 판단합니다. 3장은 자신이 가진 자본을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한 도구의 핵심은 관찰입니다.



어디서든 무엇으로든 관찰로 자신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가 막 기승을 떨던 시기에 파스타집을 오픈한 작가,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데 예외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려움에 자포자기하기보다는 거기서도 뭔가를 발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기 관리의 4가지 바이블을 정리합니다. 역시 키워드가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시간을 두고 투자"하기입니다.



작가가 정리한 4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출 습관 : 꼭 필요한가를 10번 질문하기          

            모으는 습관 : 돈이 있거나 없거나 지출이 늘지 않도록 현상 유지하기(수입이 늘면 우는 만큼 모인다)          

            투자하는 습관 : 적은 돈으로 시간을 두고 투자하기          

            분할해서 사용하는 습관 : 투자금과 예비금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하도록, 그는 체크카드와 현금을 주로 사용하고, 카드는 하나로, 결제는 일시불로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습관이 되도록 한다는 게 작가의 3장 결론입니다.


4장


4장에서는 드디어 계획한 일을 실행합니다. 실행에 있어 작가가 가장 주목한 것은  체계적인 준비, 대박보다는 위험 요소 줄이기, 다각도에서 시장조사하기, 최악의 경우에도 버틸 수 있는 수익구조 만들기, 이타적이되 전략적으로 운영하기 등입니다.



글을 읽다 보면 작가의 태도가 참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게하고, 실천사항은 간결하게 정리한다는 겁니다. 맞습니다. 조건이 많으면 지키기 어려워요. 할 수 있는 것을 압축적으로 간결하게 해야 가능합니다. 복잡하면 하기 싫어집니다. 어려우니까요.


그중에 대박보다 위험요소 줄이기---.  이 말을 저도 작가로부터 몇 번 들었어요. 장사가 좀 되니까 만나자는 사람도 오고, 사업 아이템을 공유하자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가와 그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그들의 말대로라면 대박 날 것 같더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신중하게 응대합니다.  2장, 3장에서 정리한 명료한 자기 분석 덕분에 일확천금, 대박의 욕망 같은 마음속 길을 구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호랑이를 그리려는 꿈을 가져야 고양이라도 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양이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뭣도 아닌 게 될 수 있음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세상이 어수선할 때는요.


4장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체크리스트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누구든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그대로 체크하면서 자기 꿈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장


 5장은 청년의 말이라기보다는 세상을 살아볼 만큼 산 사람의 말 같은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살다 보니 그만한 통찰력은 얻은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나이 많다고, 나이 숫자만큼 사람이 성숙해지는 것도 아니지요. 그러니 반대로 말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일찌감치 삶의 지혜를 깨닫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예컨대, '시작은 불공평할지 모른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갖춰주는 균형추가 작동하더라'같은 것들이 사실을 뒷바침 합니다.  불공평 속 공평이라고 할까요.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런 말들이 일리 있어 보입니다. 일상을 유지하면 사람은 망가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는 또 '운을 좋게 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운을 사용하기, 그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여러 명의 스승이 있다고 말합니다. 스승은 나에게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거라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다방면에 그는 좋은 멘토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잘것없는데 누가 나에게 가르침을 주겠다고 다가오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나에게 다가온 인연을 세렌디피티로 만드는 게 작가가 말하는 운을 좋게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자기 삶을 방치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방치라는 말을 확대 해석할 필요 없어 보입니다. 흘러가는 대로 두지 말고 가꾸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끝으로 그는 관례대로만 길이 있는 게 아니라 이런 길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시작이 암담하거나 막연한 사람이라면 읽어 보셔도 좋겠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그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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