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요르카, 스페인 Mallorca, Spain
먼저 연수를 온 남편 선배 식구와 식사를 하다가, 아기와 가기 정말 좋은 곳이라고 하여 가게 된 곳 마요르카. 찾아보니 연중 쾌적한 날씨로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사랑받는 섬이었다. 가격이 합리적인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도 많아 두 돌이 채 안된 아기가 있는 우리에게 적합한 곳이었다.
하지만, 가기 전부터 험난했던 마요르카. 영국에서 사용 가능한 영문 운전면허증이 스페인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주일 전에 깨달았다. 영문 운전면허증은 한국 운전면허증만 가지고 있으면 되고,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빠르게 발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에 런던에 오기 전 영문 운전면허증만 발급받았던 것이다. 유럽에서 사용 가능한 국가가 20개국이나 된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꽤나 많은 유럽관광지에서 사용할 수 없기에, 여행을 가기 전에 꼭 확인을 해보길 바란다.
마요르카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섬으로, 제주도 면적의 2배, 규모가 꽤 크다. 제주도 여행을 할 때에도 차 없이는 불가능한 우리가 마요르카에서 과연 차 없이 여행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면허증을 배송하고, 수령하기까지 손꼽아 제발 오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출국 하루 전에 수령을 하였고, 택배 회사에 무한한 감사 인사를 보내며 여행을 떠났다.
해지기 쯤 도착을 해서 렌터카 수령을 하고, 저녁을 먹지 않은 우리는 근처 레스토랑에 들려 호텔에서 먹을 먹을거리를 샀다. 수령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운전하지 않는 나만 샹그리아를 마셨는데, 얼마나 상큼하고 청량하던지.. 맞은편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운전담당 남편에게 차마 그 말을 하지는 못하였다.
마요르카의 숙소는 큰 수영장과, 아침이 포함된 럭셔리해 보이는 리조트로 정했는데, 가격이 다른 곳들과 비교해 저렴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내와 많이 떨어진 곳에 있었기에 가격이 저렴하다는 사실을 도착해서 깨달았다. 1시간을 달리고 도착한 리조트는 말 그대로 너무 좋았다. 늦은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나큰 외관과 럭셔리한 내부가 우리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식 역시도 아기와 먹기에 훌륭했고, 신혼여행지였던 몰디브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과 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숙소에서만 머무르며 느긋이 즐길 수도 있었을 텐데,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우리는 칼로 데스 모로 Calo des moro라는 관광지정도만 보자고 결정했다. 날씨는 최고 기온이 25-27도 정도 되어 햇볕이 조금 강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은 정도였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태닝과 수용을 즐기러 많이 나와 있었다. 이곳에 도달하려면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아기를 안고 갈 수 있을지 백만 번 고민했었던 것 같다. 아기를 데리고 내려가는 여행객들도 조금 보이고, 난간이 있기에 조심하며 내려가기로 결정했지만 가는 도중 조금 무서웠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아기를 안고, 남편은 유모차를 들었는데 혹여라도 사고가 생길까 매우 매우 조심했다.
고생 끝에 도달한 해변은 에메랄드빛 그 자체였다. 추운 영국날씨로 혹여라도 밖에 나가면 감기에 걸릴까 봐 노심초사하던 때와 달리 뜨거운 햇살도 즐기다 보니 시간이 훅 지났다. 남편은 고도가 낮았지만 다이빙까지 시도했다.
여기까지 하고 욕심을 부리면 안 됐는데, 조금의 행복을 더 맛보고 싶어진 우리는 팔마 시내까지 가서 둘러보고, 또 기회가 되면 아울렛까지 시도하기로 했다. 여기도 역시나 교통체증이 있었고, 예상시간보다 훌쩍 넘어 시내에 도착해 아울렛은 고사하고, 시내만 둘러보기로 하였다. 팔마 대성당 Cathedral of Santa Maria of Palma 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가우디가 일부 디자인한 건축물로 바로 앞에 자리한 연못가에 비친 광경이 참 아름다웠다. 햇빛이 강렬했던 낮과는 달리 밤이 되니 슬슬 추워지기 시작했고, 아기는 배가 고파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저녁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비상이다.
남편과 급히 아무 곳이나 들어가 아기메뉴와 성인메뉴 하나만 주문했고, 레스토랑에 처음 와본 아기는 메뉴가 나오기 전까지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이곳저곳 탐구하였기에 다른 손님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남편과 번갈아 가며 아기를 케어했다.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손님들이 처음 보는 아기에게 말을 걸어주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봐주어서 정말 다행이었고 감사했다.
스페인에서 빠에야를 못 먹어본 것이 후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에야는 포장해서 호텔 안에서 먹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번에 먹을 기회가 있다면 빠에야는 갓 나온 직후, 적어도 열기가 식지 않았을 때 먹을 것이다. 열기가 식은 빠에야는 불은 밥 같았고, 재료들의 수분이 새어 나와 짭조름한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 설상가상으로, 이 저녁식사 때문에 남편과 나, 둘 다 단단히 체를 했고, 런던 돌아와서 며칠간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더불어 문제는 숙소가 주요 관광지와 많이 떨어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마요르카라는 섬의 주요 시내는 오른쪽 맨 끝이라고 치면, 우리 숙소는 왼쪽 저 끝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동하는 데에만 왕복으로 두세 시간이 걸리니, 운전담당 남편은 운전 스트레스와 누적된 피로로 귀국하는 아침에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으로서는 최적의 장소였고, 우리 가족 셋 모두 잘 즐길 수 있었던 여행지였지만, 후폭풍이 많았다. 이런 한 두어 번 시행착오가 쌓여 어느 날에는 우리도 모르게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 척척박사가 되어있길 소망한다.
남편이 쓰는 느낀 점과 작은 팁
- 마요르카는 호텔가격도 다른 휴양지에 비해 저렴하였고, 차량렌트가 정말 원활하게 잘되었다. 그리고 차량이 없이는 다니기가 정말 어려운 곳이다. 국제운전면허증을 여행 1일 전에 겨우 받았었는데 정말 없었다면 호텔에만 하루종일 있었을 뻔하였다. 마요르카에서는 꼭 운전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4월에 방문했었을 때 아침저녁으로는 날씨가 살짝 추워서 좀 더 후에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하였을 때는 공항과 좀 더 가까운 숙소를 잡았어야 했었다는 후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