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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리 Aug 13. 2024

우당탕탕 우리 가족의 첫 여행

에든버러, 스코틀랜드 Edinburgh, Scotland



기차를 타자마자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이게 웬걸. 평소에도 잘 울지 않던 아기가 기차를 타자마자 몸을 뒤로 젖히며 도저히 감당 안 되는 울음소리로 울어댄다. 시작부터 매우 당황스러웠다. 아기가 울면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이 고민을 해보는데, 아마도 어디를 간다고 얘기를 안 해줘서가 아닐까 싶었다. 이제 아기도 어엿한 하나의 생명체이고 부모의 말귀를 어느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는데, 그것을 간과해 버린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처음 보는 물체에 몸을 싣는다는 것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아기한테 정말 미안했다.


 영 컨디션이 좋지 않던 우리 아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언어에 둘러싸여 새로운 사람들 속에 놓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런 아가를 부모인 입장에서 더 이해해 주고, 어리어 주고 했어야 하지 않았다 후회가 든다.




쉽지 않았던 첫째 날


 3시간 남짓의 기차 여정에도 불구하고, 아가는 여러 번 다독여주자 울음을 그치고 꽤나 잘 있어 주었다. 가지고 온 여러 가지 종류의 책들과 장난감,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간식 덕분에 무사히 우리의 첫 여행지 에든버러에 도착했다. 중세 시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에든버러,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펼쳐진 광경이 꼭 해리 포터를 연상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코틀랜드 수도인 이곳은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성답게 말할 수 없는 고상함 느껴졌다.


 아직 이른 오후였기에 호텔에 어서 짐을 놔두고 해가 지기 전에 칼튼힐 Calton Hill로 가는 길로 향했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기도 하고, 해가 지면 무척 춥다고 하기에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이때부터가 시작이었을까, 아가 아빠의 유모차 들기는. 일반인이라면 쉽게 오를 수 있는 경사였지만, 유모차가 있는 우리에겐 경사는 보기보다 가팔랐고, 우리와 대적하는 바람은 언덕을 오르는 우리의 능력치를 테스트하는 듯 세게 불었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기쁨도 잠시, 웬걸, 성인 남녀가 날아갈 것 같은 강풍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사방으로 펼쳐진 시내의 전경은 정말 고풍스럽고, 멋졌지만 언덕 위는 꽤나 춥더라.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제격인 장소라고 하던데, 아기가 있다면 해가 떠있을 때 가는 것을 추천한다.


 아기와 영국에 와서 레스토랑에 가본 적이 없는 초짜부부인 우리는 아기 저녁으로 먹일 여러 가지 마트 쇼핑을 하고 하기스 Haggis를 포장해서 숙소에 들어왔다. 한국사람들에게 하기스라 하면 보통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를 생각하기 십상인데, 이 하기스는 스코틀랜드 전통 음식으로 우리나라의 순대와 비슷하며, 양이나 송아지의 내장을 다져 오트밀, 양파 등과 섞은 후 위장에 채워 삶은 음식이다. 그 나라에 가면 전통음식을 꼭 먹어봐야 한다는 남편이었기에, 별로 내키지 않는 나였지만 하기스와 또 다른 전통음식 스카치 에그 Scotch egg를 저녁으로 먹기로 하였다.


 우리 남편은 여행도 왔으니 레스토랑에서 느긋이 술 한잔과 곁들인 식사를 할 줄 알았나 보다. 음식 포장을 한 후 아기를 재우고 숙소 안에서 먹어야 해야지. 말했을 때의 표정이란! 아기 키우기는 매번 느끼지만 이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삶의 양식을 좇게 만들기에, 어떨 때는 우리의 내적 욕구와의 충돌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의 실망도 잠시, 아기를 재우고 먹는 저녁은 정말로 맛있었다. 전통음식을 왜 먹는지 이해를 못 하고, 하기스의 외관만 보고 별로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매쉬드 포테이토 위에 얹어진 순대의 내장과 곁들인 크림소스는, 존맛 그 자체였다. 사실 불도 제대로 킬 수 없어 음식의 형태만 볼 수밖에 없었지만, 멋진 호텔 밖 야경과 곁들인 하기스는, 흡입하게 만들어고, 우리의 첫 여행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래서 어떻게 여행을 했냐고요?


 둘째 날 아침이다. 새벽부터 눈을 뜨는 우리 아가는 항상 아침부터 먹을 것을 찾곤 한다. 그런 아기에게 줄 것이 마땅치가 않아 한국에서 친정엄마가 비상식량으로 먹으라고 챙겨준 누룽지를 커피포트에 넣어 끓여 먹였다. 일반 누룽지와 달리 현미로 만든 건강한 맛의 누룽지였지만, 그래도 잘 먹는 우리 아가. 고맙고 기특하다.

 마트에서 사 온 음식을 조금 데워서 줘야 했기에 호텔 직원에게 부탁했더니, 직접 플레이트에 얹어 데워서 식기까지 제공해 주었다. 이런 조그마한 베풂이, 우리에겐 정말 큰 고마움이 된다.


 오전에는 정처 없이 신시가지를 돌아다녔는데, 잠이 오나 계속 칭얼거리고 울어댄다. 이럴 땐 정말 힘들면서도 미안한 복잡한 마음이다. Circus Lane이라는 곳이었는데, Lane이 붙은 거리는 대부분 예쁘다고 들었다. 커브길을 낀 작은 거리였는데 어찌나 울어대는지. 거리가 떠나가도록 울기에 몇 분 안아주니 스스륵 엄마 품에서 잠이 든다. 아이와의 여행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세심한 시간 조정이 필요 다는 걸 실감하게 된 장소였다.


 조심스럽게 유모차에 내려놓을 땐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털썩 내려놓으면 딱딱한 유모차 바닥을 느끼곤 다시 칭얼거릴 수 있기에 유모차에 내려놓는 순간까지도 흔들흔들해 주며 내려놓자마다 다독여야 한다. 내려놓은 후 잘 자는 모습까지 확인했을 때의 안도감이란.


 잠시동안 찾아온 평화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기에, 바로 맛있어 보이는 펜케익 집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외식을 안 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화려하지 못한 비주얼에 그렇지 못한 맛이었다.


 조금은 추웠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날씨, 맑은 하늘아래 에든버러 성 구경을 한 후 앞으로 수많은 여행에 있어 아기한테 좋은 여행이 무엇일지 다시 고민해 보며 런던행 기차에 다시 몸을 싣는다.


아빠가 쓰는 작은 팁과 느낀 점

- 어린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기차역 바로 앞에 숙소가 많이 있으므로 추천하고 싶다. 날씨가 아이에게는 다소 추웠으나 숙소가 가까워서 에너지도 충전하고 이동하기도 좋았던 것 같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런던보다 다소 춥기 때문에 3월에도 겨울 옷을 입을 필요가 있었다. 이때 이후부터는 아이를 데리고 갈 때는 2박 3일로 일정을 잡았다. 하루 갔다가 하루 만에 오는 일정은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했고, 이후 항상 몸이 아팠다. 그래서 에든버러 이후에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좋은 날씨인 곳이나 2박 3일 여행을 원칙으로 하게 되었다. 아이를 데리고 하는 여행에서는 레스토랑 같은 곳은 잘 못 가봤다. 늘 테이크아웃을 원칙으로 했었다. 레스토랑에 있는 음식을 주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만히 앉자 있지 않기 때문에 식당에서 밥 먹기는 참 힘든 일이었다.


- 에든버러 자체는 고지대에 있기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하는 여행은 쉽지는 않다. 중간에 많은 계단들이 있기 때문에 들고 옮기고를 반복해야 한다. 그리고 거리도 돌로 이루어져 있어서 울퉁불퉁하여 유모차 끌기가 만만찮았다.


중세시대에 와있는 느낌이 들게하는 에든버러
도시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었던 칼튼힐
저녁으로 정말 맛있게 먹었던 하기스와 스카치 에그
엘레베이터가 흔히 없는 유럽에서 때로는 유모차가 원망스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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