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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연한 출발 Oct 09. 2022

내 아이와 가족을 이해하는 방법

영화 <컴온 컴온 C'mon C'mon>2021 리뷰, 평론 2부

영화 <컴온 컴온 C',mon C'mon>2021 포스터

개봉: 2022/ 06/ 30

장르: 드라마/ 미국/ 109분

감독: 마이크 밀스

주연: 호아킨 피닉스(조니 역), 우디 노먼(제시 역), 가비 호프만(비브 역)


마이크 밀스 감독의 영화 <컴온 컴온 C',mon C'mon>2021. 그의 대표 필모그래피는 <비기너스>, <우리의 20세기>로 자전적인 소재를 주로 사용해 영화를 만들어왔다. 영화 <비기너스>는 실제 감독의 아버지가 75세에 커밍아웃을 한 것을 소재로 만든 영화이며, <우리의 20세기>는 어머니와 그의 주변에 여성들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는 가족 이야기로 3부작을 만들었다. 


1. 특징: 라디오 드라마 같은 영화

 이 영화의 특징은 이미지를 제거한 뒤 오디오만 전달한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을 만큼 정적이고, 대사가 많고, 편안하다. 조니는 라디오 저널리스트를 직업으로 삼고 있으며 미국 전역을 돌며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미래, 행복, 감정, 부모 등 사소한 질문부터 고민이 필요한 진지한 질문들을 녹음하고 라디오로 송출한다. 또한 장면의 설명이 행동보다는 대사가 주를 이룬다. 예를 들면 식당에서 조니와 제시 그리고 동료들이 식사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제시는 밥은 안 먹고 아이크스림을 먹고 싶어 한다. 감독은 이 장면을 대사로 설명을 한다. "이건 녹으니까 우선 밥을 빨리 먹고 그다음에 먹자"라는 식으로 말이다. 눈을 감고 들어도 머릿속에 충분히 그려지는 이미지 들이다. 또한 조니가 제시에게 음향 녹음기 작동법을 설명해주면서 제시는 해변가나, 도시의 기차 소리, 보드 소리 등을 녹음하는 행위를 하고 조니 또한 일상의 소리들을 수집하는 것이 좋다고 말을 하는 만큼 소리의 중요성이 크게 작용한다. 

 사실 이는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상반되는 이 영화의 특징으로 보이는데 필모그래피에 보이는 그의 영화들은 아주 시각적이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교차 편집이 전체 러닝타임 동안 상당히 자주 등장한다. 또한 영화 속에서 강한 원색을 자주 사용했던 특징이 있었다. 영화 속 시간이 다른 작품에 비해 선형적인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흑백을 통해 최대한 시각적인 자극을 줄이고, 청각, 듣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2. 미국에 대한 영화

 영화 <컴온 컴온 C',mon C'mon>2021는 미국스러운 영화다. 물론 미국 감독이 미국에서 미국 배우들과 미국 자본으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미국스럽다는 표현이 당연하겠지만 영화 안에서 다루는 소재들이 미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총 4개의 도시가 등장한다. 로스앤젤레스, 뉴욕, 디트로이트, 뉴올리언스 이렇게 등장하고 각 도시들이 미국에서 갖는 특징과 이미지들이 두드러진다. 또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는 특히 뉴욕에서 이민자에 관한 인터뷰를 하면서는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미국의 미래에 대해서 묻거나 외계인에게 미국을 소개한다면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등 미국 전체에 대한 질문에 다다르는데 이 모든 것들이 시각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게다가 영화는 흑백으로 촬영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갖는데 각 도시의 시각적인 특징이 흑백으로 통일되고, 다양한 피부색이 흑백으로 전환되면서 미국이라는 하나의 단일성을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미국의 다양성을 영화 내내 이야기하지만 흑백 화면을 통해 하나로 집약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외국 영화인 만큼 미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혹은 관심이 없거나 특성들을 잘 모른다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3. 스토리 속 두 개의 축

감독의 특징 중 하나는 스토리 창작에 있어서 이성적인 면을 강조하는 이야기 구성이 있다. 조니와 제시가 같이 지내야 하는 이유는 비브가 남편 때문에 먼 곳에 가야 하는데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조니가 대신 조카를 봐주기로 먼저 제안했다. 그동안의 관계를 풀기 위해서 기도 하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요 갈등은 조니와 제시가 비브가 돌아올 때까지 갈등 없이 관계를 유지 혹은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가 영화를 기본 갈등이다. 여기에 조니가 미국의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신들이 등장하는데 그 내용들이 조카를 홀로 돌봐야 한다는 갈등과는 크게 연관이 없지만 조니의 직업을 보여주는 신 이상으로 감정적인 무엇을 자극하는 신으로 작동한다. 조니는 아이들에게 미국의 미래 혹은 그들의 미래, 걱정, 희망, 기후 변화, 교육, 육아 등 다양한 주제로 질문하며 아이들의 대답을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룬다. 조니와 제시의 관계, 아이들의 인터뷰들은 내용적으로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 교집합을 갖기도 한다. 감독은 두 이야기를 엮기 위해 극 후반부 제시가 조니가 아이들을 인터뷰한 오디오 파일을 듣는 장면으로 두 이야기를 연결하고 조니의 질문을 회피하던 제시가 스스로 마이크를 들고 "컴온 컴온"을 대답하게 만든다. 


4. 관계의 어려움

영화  <컴온 컴온 C',mon C'mon>2021의 가장 메인 갈등은 조니와 제시가 서로 완벽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점이다. 조니는 제시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제시는 만만치 않은 꼬마 아이였다. 비브가 남편과의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갈등인 셈이다. 그 과정에서 조니는 비브가 겪는 육아의 어려움을 차츰 이해하게 되고 서로 마음을 공유하는 과정을 겪는다. 조니와 비브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과정에서 그동안 쌓여왔던 서운함, 갈등, 문제들을 폭발시키며 관계의 단절로 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데 결국 제시를 통해 다시 관계를 봉합하는 과정에 이른다. 


5.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을 인터뷰하며 그 대상은 아이들이다. 미국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봄으로써 미국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도록 한다. 


6.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징이었는데 감독은 영화의 주제 혹은 스토리 라인에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고 그 책의 구절들을 인물들의 입을 통해 설명하면서 깊이를 더한다. 영화 <컴온 컴온 C',mon C'mon>2021에서는 <오즈의 마법사>, <양극곰 가족>, <어머니: 사랑과 잔인함에 관한 에세이>, <카메라맨이 할 수 있는 일의 불완전한 목록> 이렇게 4개의 책이 등장하고 해당 구절들이 조니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소개된다. 이는 전작들과 비슷한데 감독의 연출 성향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특징이다. 

 그의 영화들의 특징은 감정적 체험보다는 이성적이고 지적인 만족감을 더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소개되는 책 하나하나를 보면 매력적이고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고 즐길 수 있는 책들임이 분명하다. 한편으론 해당 구절들을 영화 중간에 삽입해 구절에 대한 의미, 내용을 한번 더 생각해야 하는 작업이 관객에게 주어진다. 그 구절들은 사색적이고 의미심장하고 길기 때문에 조니가 제시와 함께 다니며 겪는 경험들을 따라가다가 불쑥 흐름이 끊기는 것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지만 마치 장과 장을 나누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7. 부모의 태도

 감독은 이 영화 역시 자전적인 경험(자신의 9살 아들을 육아하는 경험)에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됐는데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그들의 태도들이 과거 필모와 동일하다. 그의 영화에서 부모는 수직적이지 않고, 위계질서가 없고, 자식을 소유물로 대하지 않고, 제3자 혹은 타인으로 대하면서 좀 더 객관적인 태도로 자식을 바라보려는 태도가 부각이 된다. 그것이 감독이 생각하는 혹은 실제로 자신의 부모가 지닌 가치관일 수 있다. 그의 영화 속 부모들 그리고 가족의 특징은 육아에 서툴고, 어떻게 양육하는 게 옳고 그른지 혼란스럽고 실수를 연발하는 부모들의 모습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갈등이 아니라 이미 그들의 가치관은 분명하고 자식에 대한 태도 또한 명확하고 안정적인데 혼란스럽고, 카오스 같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삶을 뒤흔드는 모습들이 부각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아이들은 순진무구하다. 조니는 육아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렵다. 제시와 작은 트러블이라도 생긴다면 비브에게 전화해서 다 털어놓는다. 비브는 조니에게 


아이도 모르는 것 같지만 다 알고 있어. 아이를 무시하지 말고 한 명의 인격체를 대하듯이 다 설명해주고 털어놓으면 돼.


라고 일러줍니다. 조니는 비브가 조언해준 대로 그렇게 행동하면서 조니와 제시는 점점 마음을 열고 가까워집니다. 이런 환경에서 육아를 하는 부모와 자식은 두 사람 모두 혼란스러울 수 있다. 부모는 내 자식이라도 전부 안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저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내 자식을 알아간다는 태도를 유지하며 자식은 부모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에게 느끼는 안정감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독립적이고 자신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주체적으로 형성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를 한 명의 인격체로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해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소유하지 말고, 단정 짓지 말고 아이들도 알 것 다 알기 때문에 솔직해져야 한다 같은 양육 방식을 가족 시리즈 전체를 통해 말하고 있다. 보통 가족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런 부분에서 발생한다.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부모를 당연한 내 편으로, 마치 서로 다 알고 있는 듯한 태도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자식들의 미래를 강요하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들 말이다. 그런데 영화처럼 내 아이를 우리 부모를 나와 일체화하지 않고 제삼자화, 타인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똑같이 부모와 자식이 개인으로서 혼란스러워한다. "너는 이런 아이야, 너는 이걸 좋아하지? 너는 이걸 좋아해야 해"라는 식의 태도는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만 자녀를 고통에 빠뜨리며 반대로 부모는 나의 미래를 위한 수단이야 부모는 나에게 집중해야 해라는 식의 태도는 자녀의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부모를 고통에 빠뜨린다.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그럼에도 더 나은 길을 찾아야만 한다.


- 교감하고 공감하는 태도

영화에서 비브와 제시, 조니와 제시, 제시와 아빠 사이에 교감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탁자를 치거나, 마임을 하면서 두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하는 모습들이 가족 영화답게 소소하고 웃음 짓게 만드는 장면들 인 것 같다. 


-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

우리는 가족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면서 살까? 마지막 장면에서 제시는 불안한 부모의 모습, 안정적이지 않고,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괜찮지 않음에도 괜찮다고 대답한다. 그때 조니는 "안 괜찮은 게 당연하니까 안 괜찮다고 말해도 돼"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으면 소리를 지르면서 감정을 표현해!"라고 말한다(비기너스에서 엄마가 아들에게 방에 들어가서 소리를 지르면 괜찮아질 거라고 방에 넣고 기다리는데 결국 아이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방에서 나온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크게 소리 지르며 감정을 해소하는 주인공의 모습). 이렇게 비교해 보면 감독은 어린 시절에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였지만 부모로부터 감정의 올바른 표현 방법을 배웠고 잘 자라 성인이 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이크 밀스의 영화들에서 꾸준히 이런 내용들이 등장한다. <비기너스>에선 아버지게 게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올리버는 계속해서 아버지의 행동을 지켜보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자신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그때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엄마는 왜 행복하지 않았는지 같은 의문과 고통과 외로움을 간직한 채 살아왔지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된다. 지속적으로 영화 속 가족이 태어난 년도를 소개하고,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보여주고,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활상이 어땠는지 보여주고,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세대 차이라는 것을 설명하려고 꾸준히 시도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살아온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삶을 살다 보면 자녀를 양육뿐만 아니라, 가족 간에 어떤 갈등과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고 대비할 수도 없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참고 견뎌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사담] 부모님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그런 관점에서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가끔 정말 이해하기 힘들고 나와 맞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게 되면 화가 나고 신경질을 내게 된다. 내면에서 고통을 받으면 그 관계는 틀어지게 된다. 그때 이해하려는 노력 즉 엄마, 아빠라는 역할을 뒤로하고 한 사람으로서, 한 명의 개인으로서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때부터 오히려 비슷한 상황이 오더라도 내 마음에선 부정적인 마음이 줄어들고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그랬던 것 같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나는 부모가 아니며 부모도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제시처럼 "블라블라블라"를 외치며 그냥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 


 극장에서 영화 관람 후 친구로 보이는 두 명의 관객이 나가면서 하는 말을 들었다. "영화 어떻게 봤냐?"라고 물으니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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