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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ie Jul 24. 2020

#3_2015년 가을, 친구 찾아 런던으로.

직장인이 되고 난 후 첫 해외여행.


2015년 초, 제일 친한 친구는 런던으로 유학을 갔고 (장아찌 중에 "아"가 유학 감ㅜㅜ) 나는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 중 문득 떠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런던행 티켓을 구해 10월에 떠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로 바빴던 친구에게 민폐였... 내가 잘할게...) 일주일 정도 머물렀던 것 같다.


도착하자마자 찍은 런던의 날씨!


누가 런던이 글루미한 도시라고 했는가!! 날씨가 진짜 너~~~무 좋았다. 여행의 8할은 날씨일까? 도착하자마자 기분전환 9874387287% 되는 날씨였다. 운 좋게 디자인 페스티벌이 진행되던 시기여서 이곳저곳 구경할 거리도 많았다. 직업이 디자이너다 보니 회사에 말하기도 좋았고ㅎㅎ. 인상 깊었던 건 어린아이들이 마음껏 전시회장을 누빌 수 있다는 것? 많은 전시들이 만지고 느껴볼 수 있는 전시여서 그런지 아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디자인 페스티벌중이었던 서머셋 하우스
Convent Garden과 켄싱턴 가든에 있던 설치 미술


갤러리에 갔는데, 사람들이 바닥에 철푸덕 앉아 여기저기서 크로키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 신기했다. 공간이 넓어서인지, 문화적인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그림과 조각물을 보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모습은 좋아 보였다. 


친구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주 런던에 되돌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이유는 자유로운 분위기랄까. 런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뭘 입던, 뭘 하던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계단에서 밥을 먹던, 자유로운 복장으로 길을 걷던. 한국에선 사실 눈치를 많이 보며 살아가던 타입이라 런던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뭔가 나를 숨통틔이게 했다. 아- 편하다 느끼는 공기.


런던아이 앞에서 찰칵!
내셔널 갤러리였던가...


친구가 바쁜 와중에 이곳저곳 많이 데려가 줬는데, 제일 좋았던 곳은 뭔가 힙했던 쇼디치였던 것 같다. 젊음이 그득그득한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날아다니는 종이 쪼가리의 그래픽조차 예뻤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들어올 때 챙겨 온 종이 쪼가리만 한가득이었는데 (각종 그래픽 잡지와 포장지 등등) 아직도 내 옷장 한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다. 뭔가 콜라주 작업할 때 쓰면 예쁠 것 같아!


그래비티도 간지야ㅜㅜ
쇼디치 쪽에 있던 꽃집이었던 듯.


보통 유럽 여행은 여러 군데 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당시 회사생활이 너무 바빠서 부지런히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제일 먼 런던으로 떠나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번아웃이었나?)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난 런던이었는데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무 좋은 여행이었다.(날씨도 좋고 친구도 있고...) 그렇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좀 더 알아보고 간다면 런던에 대해 좀 더 깊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 동안 머문 친구의 집은 방 한 칸이었는데, 셰어하우스였다. 지금 다시 간다면 좋은 호텔을 예약해서 공부에 지친 친구도 리프레시해주고 싶다! 언젠가 나도 해외에 지내면서 친구들을 불러 집을 내주고 싶다.


친구 집에와서 정리 중
제일 좋아하는 마켓 구경! 빈티지 마켓에서 반지 샀었나ㅎㅎ


런던은 먹을 거 없다고, 피시 앤 칩스가 다라고 그러는데 생각보다 먹을게 많았다. 피자나 햄버거 등등. 한인타운에서 먹은 양념치킨에 거하게 취해 밤거리를 비틀비틀 걸어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친구가 로컬 클럽도 데려가 줬는데 그들의 눈에 우리가 엄청 어려 보였는지, 계속 여권 확인하고 딱 들어갔는데 동양인은 우리 둘 뿐이고... 남자들이 윗퉁벗고 춤추고 난리 난 것이다!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신기? 해서 나오지 않고 구경했다.


한인타운에서 먹은 치킨이 제일 기억에 남는...
런던에서 산 가죽자켓과 바지와 에코백


이때 런던에서 산 가죽자켓은 아직도 잘 입고 다닌다. 옷, 장난감, 그래픽이 들어간 제품 등을 소소하게 쇼핑했던 것도 너무 즐거웠다. 하루는, 교외로 나가 다른 동네도 살짝 구경했다. 데려가 줘서 고마워 :)


Seven sisters Country Park 가는 길


길게 살다 보면 인종차별 등의 안 좋은 점도 있겠지만 짧은 여행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좋은 면만 더 기억하게 돼서 좋다. 생각보다 예스러운 문화도 많아서 신기하고 좋았다.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라 생각해서 더 최신식일 것 같았는데 오히려 더 클래식했다. 정말 멋있는 그들의 문화, 오래된 건물이 풍기는 분위기, 아직도 열쇠 키를 쓰는 사람들, 깨끗하지 않지만 그들만의 색이 있는 거리들. 


다음엔 좀 더 여유를 갖고 이곳저곳 유럽을 누벼보고 싶다. 런던은 절대 우울한 도시가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런던은 자유롭고 멋스러운 도시. 다시 한번 정리하며 친구에게 감사를...(다음에 가면 술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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