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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gitarius Feb 15. 2023

피지컬 100을 눈물 흘리며 보는 이유

요즘 내 삶의 낙 중 하나가 넷플릭스 '피지컬 100'을 보는 것이다. 화요일이면 퇴근 때부터 설렌다. 이제 두 화만 남은 것 같은데 벌써 아쉽다.


어제 8화를 보면서는 갑자기 울컥했다. 마선호 참가자가 '시지프스의 형벌' 퀘스트에서 힘에 부쳐 더 이상 돌덩이를 굴리지 못하자 "(하나)둘셋"이라고 일제히 연호하는 다른 참가자들, 그리고  탈진한 와중에도 미소를 보이며 "둘셋 더 해줘"하며 힘을 내는 마선호. 그 모습에 남몰래 눈물까지 훔쳤다. 마선호는 처음 보는 참가자인데, 중간에 서전트 점프게임을 진행할 때 너무 능숙하게 해서 레크리에이션 사회자인 줄 알았다.


늘 밝은 모습에 분위기를 띄우고, 파이팅을 외쳐주던 그가 결승과도 같은 퀘스트에서 어느 순간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낙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동시에 평소 그로부터 수많은 응원을 받았을 다른 참가자들이 일제히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승자를 가려내야 하는 냉혹한 경기에서 나의 한계를 느꼈을 안타까운 시점과 그런 마음에 공감하는 다른 참가자들의 간절함은 어느 예술작품보다 감동적이었다.


다음 내 눈물샘을 자극한 것은 추성훈. 쉽지 않은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내심 최종우승자 등극을 꿈꿨다. 추성훈은 피지컬이나 경기 능력뿐 아니라 에피소드 내내 탁월한 리더십과 전략을 짜는 모습에 역시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었다. 특히 "재미있게 경기하자. 그리고 다치지 말자"라고 늘 동료에게 말하는 모습에서 지난 수많은 경기의 경험과 교훈을 알 수 있게 했다.


그런 그가 '시지프스의 형벌' 퀘스트에서 마선호 탈락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40대 후반의 나이를 감안하면, 퀘스트에서 선전한 것도 대단한 일이겠지. 경기에 나가면 이기는 생각만 한다는 그도 노화(?)라는 자연법칙을 거스르기는 힘들었으리라. 개인의 노력과 훈련으로도 극복하기 힘든 현실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추성훈을 보면서 50대인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체력적인 한계까지 가보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했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인간은 자기 몸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몸을 가꾸는 데는 모두 열중하지만, 내 신체의 기능을 한계치까지 써보려는 시도는 아예 하지 않는다. 야생의 동물과 차별을 이뤄낸 것이 도구의 발견이고, 도구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인간의 신체는 퇴보해 버렸다.


그 점이 아쉽다. 진작 내 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써보고 발전시킬걸. 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이제야 인간의 신체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경탄하는 이런 비극이라니.


추성훈의 도전과 정신력과 여유에 경배를.


다음은 나의 원 픽(one pick), 장은실 참가자. 아무래도 내가 여성이다 보니 처음부터 여성 참가자들을 눈여겨보았고, 1회부터 장은실에 반했다. 운동 잘하는 여자, 운동에 자신감 있는 여자는 늘 멋있다. 특히 레슬링 선수라니.


1대 1 공 뺏기 게임부터 그는 과감하고 씩씩하게 경기를 이끌어왔다. 참가자들이 뽑는 팀장에 당선돼 팀을 이끌면서 최약체 팀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모래 퍼 나르기' 퀘스트에서 승리했다. (이때도 눈물 찔끔)


7화 '배 끌기 게임' 에피소드의 제목이 '불가능의 가능'이어서 혹시? 장은실 팀이 승리하나? 했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나마  단 2분 차이로 늦어 떨어져 버렸다. 아쉽지만 얼마나 장은실 팀이 힘을 쥐어짰을지. 장은실은 배 끌기 게임에서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해보자"라고 응원하며 우렁차게 구령했다. 파이팅 넘치고 포기하지 않는 그의 리더십은 마지막까지 빛났다.


내가 요즘 틈날 때마다 보는 장은실 영상이 있다. 어마어마하게 힘들어 보이는 훈련을 하고, 그 훈련을 마친 뒤 명랑하게 웃는 모습의 기운이 너무 좋아서다.


그의 말마따나 여성레슬링에 관심을, 여성 체육인에 애정을 듬뿍 표현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이 영상을 보고 우리 모두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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