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편이다. 주로 혼자 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나에게 여행이란 친숙했던 나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 낯선 사람들을 찾아 떠나는 작은 발걸음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진정한 나 자신의 본모습을 보기 위함인지도, 여하튼 집이 아닌 새로운 장소, 낯선 환경 속에 나를 넌지시 데려다 놓고 즐기는 편이다.
내가 이렇게 타 도시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는 내 안에 채워지지 않은 어떤 결핍에 대한 물음표 때문인지 아니면 바쁘게 일상을 살아 내느라 지쳐있던 나 자신에게 휴식을 주기 위함인지, 아니면 별 뜻 없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떠남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떠날 때 온전히 나로서 행복한 것 같다.
친숙했던 나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을 만나며 자유를 느끼는 사람이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행.
누구의 역할이 아닌 온전한 나로서 나를 만나는 시간인 것 같다.
곰곰이 떠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사실 나는 비우기 위해 떠나는 것 같다.
바쁜 일상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나의 무수한 행동, 언어, 감정들을, 여행을 통해 비우고 비워 결국은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채우려고 함을 아닌지 솔직히 모르겠다. 채우려면 비워야 하므로...... 사실 나는 집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 집이 그리워지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얼마나 웃긴 일인가? 떠남과 동시에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 이 어처구니없는 미친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이유는 돌아 올 장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 같은 것인지 실감해서이다.
떠났는데 돌아 올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두려움이 앞섰다. 편안히 누워야 하는 정해진 공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집이라는 공간에 감사함마저 들었다.
나는 여행할 때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다. 버스나, 기차로 움직이는데 이 시간만큼은 생각하고 꼭 사유하러, 무엇인가 결정하려고 떠나는 사람 같다.
하지만 막상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또 아무 생각 없이 걷는 편이다.
그 도시에 살았던 사람처럼 익숙하게 공원을 걷고, 거리를 걷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작은 책방을 찾아다니고, 시장을 누비며 아무 생각 없이 그 도시에 사람처럼 행동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는 곳은 관광단지가 아닌 거의 소박한 동네 수준의 여행지가 많다. 단 하루 소소한 일상을 그 동네 사람들처럼 함께 느끼면서 생각하고, 비우고 돌아오는 나의 행동은 바삭바삭 부서지고, 구겨진 내 마음에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뻐근하고 스산한 마음에 봄바람이 일렁이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없이 가라앉은 마음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다는 것을 느껴서이다.
비워서 얻어지는 지혜와 채워져야만 느낄 수 있는 안락함을 반복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나는 여행 중독자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런 이유로 이 도시를 떠나 작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낯선 도시의 골목길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만남. 모든 순간이 특별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혼자만의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을 넘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시간이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조금 더 성숙해진 나 자신을 발견한다. 혼자만의 시간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확신을 얻는다.
"인생은 혼자 걷는 길이다."
누구나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혼자라는 시간은 오히려 우리에게 더 큰 자유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나를 잃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주로 집순이 생활을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 직전까지 채워졌다는 것을 직감하는 순간 빠르게 차표를 검색한 후 갈 수 있는 곳으로 무작정 떠나는 편이다. 어떤 계획을 짜고 잡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그 도시의 작은 책방, 시장, 공원은 필수 코스이다. 남들은 이런 나의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한다. 산이나 바다 관광지로 여행을 떠나지, 하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소소한 일상이 좋다. 내가 평소 누리지 못했던 행동들을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하는 짧은 인연 속에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 어쩜 나의 남은 생을 지탱해 주는 밑거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나. 나는 여행 중독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