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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P Jun 13. 2021

꾸준함의 또 다른 이름

변화가 제일도 아니지만 변화를 따라 춤추는 것도 중요하다

1년간 다녔던 운동센터를 그만뒀다. (코로나19 사태로 두어 차례 문을 닫아 가지 못했던 시간을 제하고 정확히 말하면 8-9개월가량이긴 하다.) 그만두면서 기분이 꽤 상했다. 다른 근육운동들에 비하면 다소 느리긴 해도 정교하게 근육을 조이며 성장시키는 느낌이 썩 잘 맞아서, 수강 등록한 횟수가 바닥날 즈음 당연히 연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우선 내 입장에서는 또 다시 1년가량을 더 다니겠다는 계약에 앞서 강사들의 스케쥴 변동 예정 사항을 미리 고지해주지 않았다는 점(특히 다니는 내내 거의 고정 시간대에 있던 강사나 인기 강사의 변동 여부는 회원들에게 중요할 터다.), 수강 등록시 금전적으로 유의해야 하는 내용(환불, 양도 등)을 다시 한 번 구두로 설명할 의무를 져버렸다는 점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결국 이 지점들로 인해 오랜만에 긴 시간 정 붙인 운동센터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이제 좀 꾸준히 해서 체력 좀 붙일 수 있겠다'라고 기대하고 있던 나는 1차적으로 상심이 컸고, 끝맺음이 마냥 좋지는 못하더라도 나쁘지는 않았으면 했는데 날선 대화였다는 것에 못내 마음이 쓰였다. 그 다음으로 밀려드는 감정은 다시 운동센터를 알아보고 내게 잘 맞는 강사를 찾아 헤매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막막함과 짜증이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지만 예상치도 못한 변수에, 나는 당황했다. 특히 운동센터는 언제나 내가 떠나는 쪽이었지, 나를 밀어내는 편은 아니었기에 처음으로 떠밀려 나는 상황을 두고 적잖이 당황했다. 그렇다고 기분이 상한 상태로 꾸역꾸역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 신경전을 벌여놓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갈 수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해당 직원이 내 눈치를 보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운동센터는 내가 활력과 회복을 위해 즐겁게 찾을 수 있는 곳이길 바랐다.

내가 연장 결정을 빠르게 내릴  있었던 데에는 강사뿐만 아니라 위치적인 이유도 있었다. 차안을 찾아보려 인근의 운동센터들을 알아보면서 절반 이상이 애매모호한 위치 때문에 시간을 과히 잡아먹는단 느낌을 주었다. 물론 이외에도 합리적이지 않은 가격과 위치만큼이나 애매한 시간표가 끝없이 발목을 붙잡았다.  말은 낙동강 오리알이  상태에서 주어진 선택지라곤 다시 처음부터 알아보거나  고집을 허물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카드라도 하나 집어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직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들을 벌여놓은 탓에 일일이 따져가며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피하거나 시간을 길게 두고 천천히 살펴보는 쪽이었는데, 그러자면 확실히 후자가 찜찜해도 안전할  같았다. 그러나 운동에 유독 까탈을 부리는 편이라 결국 나는 전자를 택했다... 대신 관점을 바꿨다. 이게 오히려 기회가   있다고, 안주하지 않고  다른 운동을 체험할  있는 기회가   있다고, 그동안 '언젠간 도전해야지'라고 생각만 해오던 운동들을 해볼 기회가 주어진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피곤과 두려움을 무릅쓰고 클라이밍, 타바타 등의 일일 체험을 가보고  와중에도 다른 운동센터들을 온라인으로 찾아봤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회사 앞에 새로 생긴 운동센터에 등록했다. 회사에서 5 만에 달려갈  있는 거리에 있다는 것이, 그래서 회사에서의 긴장이 모두 녹아내리기 전에  적당한 긴장 안에서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운동을   있다는 점이, 운동을 마치고 나와도 여전히 밝은 여름의 하늘이, 상당한 발견이었으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틀  운동을 마치고 온몸에 근육통을 앓으면서도 '운동을 가고 싶다' 생각하는 나를 보면서, 한동안의 해프닝으로 운동에 대한 호감과 열의를 잊어가고 있던 내게 다시 발현되는 활기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이렇게 새로운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누구보다 이런 시작의 에너지와 적응하는 중에 발생하는 일들을 예민하게 파악하고 흡수할  아는 사람이라고. 다만, 언제고 시작의 자극은 지나고, 때로는 지루하고 때로는 안정적인 순간들로 넘어가기 마련인데, 그때가 오면 어김없이 달음박칠쳤던  같아서, 짜릿한 재미만 추구하고 끈기있게 해내지 못해 항상 다음 단계로 올라서지 못했던  같아서, 이번 만큼은  꾸준함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런 다짐 자체가 처음이라 일견 대견한 마음도 들고, 이제 끈기로 새로운 삶의 양상을 만들어갈  있겠다는 든든한 마음도 생겼는데,  모든 기대가 손쉽게 무너져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궁극적으로  부분에서 박탈감이 가장 강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기한을 두지 않고 어떤 운동이든 계속해보려고 한다는 것도 '꾸준함' 하나일  있겠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아마  개월 뒤에는 오랜만에 플라잉 요가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운동이 억지로 하는 활동이 아니고, 내가  필요로 해서 하는 활동으로 변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변화가  삶에 이뤄진 걸까, 얼마나 감사한 변화가 만들어진 걸까에 대해 차라리  깊이 생각해봐야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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