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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P Mar 01. 2022

예측불허

한 사람을 본다. 이만큼 다가온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저만큼 멀어져 있는 것을 본다.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면 바로 옆에 성큼 또 다가와 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다. 사실 우리의 거리는 그 중간 어디쯤일 수도 있다. 저울에 갓 올라온 해산물의 무게를 재듯 이리저리 눈금이 오가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 한 눈금에 언젠가는 멈춰설 테지. 인간관계란 다 그런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 유형은 난생 처음 만나본 기분이라 한동안 당황스러웠다. 어찌해야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에 문득 깨달았다. 사람이란 애초에 예측 가능한 적이 없었다는 걸. 오로지 나의 오만과 오판만 있었다는 걸. 고작 며칠, 또는 몇 달을 본 상대를 '다 안다'고 판단한 그 어리석음 때문에 나 홀로 기분이 상하고 때로는 답답함에 속앓이를 했었던 것도.

우리는 타인을   없다. 어렴풋이 짐작해볼  있지만 그럼에도 타인은 시시각각 다른 생각을 품고 행동을 결정하는 '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다.(틀린 존재가 아니라 다른 존재다. '틀리다' 말실수 안에서 끊임없 오만이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타인은 흥미롭다. 이해할  없는 블랙홀이 아니라 궁금증으로 가득한 미지(未知, '아직' 알지 못함) 세계다. 그러니 함부로 넘겨짚어서는 안된다. 또한 포기해서도 안된다. 아직 알지 못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화를  때마다 마치 처음인  상대를 이리저리 살피며 궁금해해야 한다.(그렇다고 처음  사람처럼 연기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를 길어올려 현재에 덮어 씌우고 속단하는 오류를 줄이자는 의미이다.)

궁금해하면 열린다, 상대라는 문은. 포기하지 않으면 열린다, 관계의 문도. 그리고 함부로 넘겨짚지 않았을 때 지혜의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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