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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Oct 21. 2020

<출판저널 519호> 시대에 따른 도서관의 변모

여러 가지 색의 옷을 갈아입는 도서관

프랑스의 북서부에 위치한 노르망디 지역은 예술과여행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도시가 줄줄이 이어져 있다. 폴 시냑의 ‘몽생미셸’이 이 지역에 속하며 인상주의 화가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기도 했으며 우리에게 친숙한 ‘빈센트 반 고흐’가 생애를 마무리한 곳이기도 하다.


그 그중에 르아브르라는 도시가 있다. 항구도시인 이곳은 1517년에 건설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세계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80% 이상이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도시를 재건하면서 브라질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오스카 니마이어는 ‘르 볼칸’이라는 복합문화센터를 설계했다.



국립극장이었던 이곳은 우아한 곡선과 기하학적인 공간이 존재하며 신도시에 어울리는 미래형 도서관으로 탈바꿈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된 도시를 재건한 도시들은 많지만, 그중 르아브르 시의 재건 프로젝트는 가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일상의 모험을 위한 장소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건물이 곡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가우디가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곡선으로만 설계했듯 ‘오스카 니아이어’의 건축물 역시 곡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매일 숨 쉬듯 맞이하는 일상에서 끌어낼 삶의 도약이 경직되지 않은 이어짐을 통해 부드럽게 표현했다.

유리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스러운 인테리어 설계와 주변을 살짝 돌려보면 산재해 있는 다양한 소설, 판타지, 여가, 만화, 유아, 예술 서적 등등 모두의 연령대와 취향이 고려된 이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어있다.



또한 수많은 워크숍과 교육프로그램, 문화프로그램, 전시회, 독서토론회, 저자와 독자와의 만남, 작가와 예술가들의 만남과 같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최하며 ‘타인의 취향’을 나누고 공유하며 함께 즐긴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것들은 대개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있는 것 일 때가 많다. 앞서 언급한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 같은 것을 말이다. 뜯어보면 별거 아니지만, 사실은 별거인 그것이 예술이고 역사가 되는 점을 ‘르 볼칸’은 그대로 살려 기본적이고 평범한 일상을 타인과 교류하며 소통하는 축제를 연다.


잠들어 있는 자신의 욕망과 열망 같은 내면의 모습을 타인을 향한 부드러운 마음으로 표현하며 건강한 너와 내가 있을 때 더 건강한 우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늘 배워가고 익혀가는 것이다.



천안시가 세운 최초의 도서관, 천안중앙도서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이한 천안시 중앙도서관은 문화생활을 즐길 거리가 별로 없던 90년대 가득 꽂힌 책장과 언제든 참여할 수 있게 열려있던 강좌들은 시민들의 허전을 마음을 채워주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대에 맞게 그 모습을 달리하듯, 다른 곳에서도 충분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요즘 이전과는 다른 역할을 요구받게 되었다. 다양한 독서문화 외연의 확장, 정보의 제공, 정보 소외계층의 독서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개관일에 맞춰진 행사는 진행하지 못했지만, 행사 이외에도 동아리 지원 확대, 독서온도 탑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으며 ‘책 읽는 도시 천안 선포’ 등 앞으로의 비전도 의견 수렴하여 함께 담아 발족시켰다.



다른 지역의 도서관이 코로나 19로 인해 휴관했듯 중앙도서관도 심각으로서 잠시 휴관을 선택했지만,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전자책 구입 확대와 비대면 가입 서비스, 반납기한 연장과 24시간 무인반납기 이용이 그것이다. 또한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독서문화프로그램과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강의를 추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다.

중앙도서관의 비전은 ‘삶을 함께하는 도서관’이다 이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생활 속의 도서관 구현’, ‘시민의 독서력 강화’, ‘지역사회 커뮤니티 역할 확대’를 세 가지 구체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지역의 정체성과 시민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커뮤니티 핵심 공간으로 발전해야 하며, 다양한 형태의 학습이 가능한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르 볼칸’과 ‘천안중앙도서관’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도서관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늘 변화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지역 독립서점들과 동네 시립도서관을 들여다봐도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곳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까이 스며들게끔 하려는 노력 덕분에 오랜 시간 동안 도서관은 옷을 바꿔 입으며 우리 곁에 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문득 이 서평을 쓰고 있는 장소인 카페도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닌 ‘공간’을 향유하는 장소로 변모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다양한 것들을 앞으로도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누리고 싶다. 다음 세대의 도서관과 카페는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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