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
살면서 단 한 사람, 나를 생각하게 만든 어른을 만난 적이 있는가. 말로 가르치기보다 존재로 질문을 남기고, 대답 대신 더 깊은 사유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준 누군가. 줄리언 반스의 소설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에서 등장하는 엘리자베스 핀치(EF)는 바로 그런 인물이다.
닐이라는 인물이 그녀와의 수업을 통해 삶을 되짚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유품 속 노트를 정리하며 사유를 이어가는 장면은 한 사람의 삶이 또 다른 사람의 질문이 되는 과정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닐은 핀치를 처음 만난 순간을 이렇게 회상한다. “거위 배 속에 사료를 채워 넣듯 지식을 주입하는 수업은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녀는 단 한 번의 강의로 증명해 보였다.” 그의 말처럼, 핀치의 수업은 전통적인 교실의 위계와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생각을 던지는 어른이었다. 말수를 아끼면서도 그 한마디가 뇌리에 오래 남고, 제자들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사유를 끌어냈다.
닐은 그녀를 “조언하는 벼락”(p.243)이라고 표현한다. 따뜻함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수업, 그것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존재 전체를 일깨우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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