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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08. 2024

지는 해를 붙들며, 빛나는 순간을 오래도록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한국 책쓰기 코칭 협회에서 주관하는 도함사필1기 23일 차입니다.

한 달에 두 권 '도란도란 함께 읽고 사각사각 필사하기(도함사필)'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두 번째 책으로 최인아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을 선정해 책을 읽고 필사하고 있습니다. 필사한 후에 짧은 내 생각도 곁들여서 쓰고요. 









머리말: 지는 해도 아름답게 빛난다

 


지평선 위로 해가 천천히 내려가도 그 빛은 여전히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리 삶에도 내려가는 순간은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빛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저는 내려가는 길에서도 남은 빛을 최대한 환하게 비추기로 선택했습니다. 강남의 대형 학원들 사이, 그중에서도 제가 운영하고 있는 작은 글쓰기 학원은 세찬 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조용히 버텨내며 소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와 학생 수 감소라는 현실 앞에서 때론 두려움도 밀려왔지만, 그 끝에서 내면의 소리를 자각을 할 수 있었지요. 바로 제 방식대로, 제가 잘할 수 있는 글쓰기 교육을 통해 지고 있는 해를 붙들어 두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1. 내려가는 길에서 깨닫다


“해가 뜨면 빛나지만, 해가 질 때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라는 말을 굳게 믿습니다.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작은 학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불안과의 싸움입니다.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변화된 상황을 직면하고 그 안에서 ‘자각’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임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의 불안은, 제가 이미 내려가는 길에 들어선 게 아닌가 하는 데서 온 것이었습니다. 상승곡선이 끝나 스러질까 봐 두려웠던 겁니다. 일하고 좌절하고 환호하고 고민했던 일터를 그런 마음으로 떠났고 돌아본 거예요. 돌아본다는 것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일이었고, 한 생각을 지우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으며, 앞서 든 생각을 부정하고 새로 찾아온 생각에 저를 열어놓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을 한 달 내내 계속하면서 마침내 저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생각에 닿았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들어섰다는 것, 그 후의 시간은 아마도 이전의 시간과 같지 않을 것이란 명징한 자각이 왔습니다. 네, ‘자각’! 도전이나 문제를 앞에 두고 있을 때 해결의 시작은 ‘자각’이라는 걸 압니다. 혹은 ‘받아들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6장 삶의 결정적 순간을 건너는 법」, pp307~308







https://www.youtube.com/watch?v=ZbfMbDeiSC8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가 수상 소감 중에 함께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 등 다른 배우들에게 건넨 말이 떠오릅니다. 그녀는 따뜻한 미소와 함께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고, 서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라는 진심 어린 말을 전했습니다. 이 말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내가 가는 길은 남들과 다르며,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나만의 무대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2. 나만의 무대, 나만의 방식


강남의 중심, 대형 학원들 사이에 자리한 작은 학원은 종종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그러나 남들과의 경쟁보다는 저만의 교육 철학에 집중해 왔습니다. 상금 받고 등단한 시인이자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저로서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이 자연스럽고 소중한 일이었습니다. 30년의 교육 경험과 학부부터 박사까지의 국문학 전공은 글쓰기 교육의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었죠.


하지만 시대는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쇼츠와 같은 짧고 강렬한 콘텐츠에 익숙해지며,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점차 잃어갔습니다. 긴 집중력이 필요한 글쓰기는 이제 귀찮고 어려운 과제가 되어버린 듯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제가 쌓아온 방식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지요. 


이때 생성형 AI인 챗GPT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술로만 여겼지만, 점차 학생들의 글쓰기를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챗GPT는 아이들이 글을 시작할 때 느끼는 막막함을 덜어주었습니다. 아울러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창의적인 표현을 하면서 글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지요.  




3. 챗GPT로 글쓰기의 싹을 틔우다


챗GPT는 학생들이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도록 했고,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건우는 ‘내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글을 쓸 때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했습니다. 그러나 챗GPT에게 “글쓰기의 뼈대를 잡고 구체적인 예시를 넣어 1000자를 써줘”라고 요청했을 때, 건우는 예상치도 못한 글이 생성되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챗GPT의 도움을 받으면서 건우는 자신의 이야기가 점점 넓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는 "내가 이런 이야기도 만들 수 있구나!" 하고 신이 났습니다. 글쓰기가 이제는 어렵기만 한 숙제가 아니라, 재미있는 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건우는
 “선생님, 매일 이렇게 글 쓰면 저도 책 낼 수 있어요?”라며
작가의 꿈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수민이는 수행평가로 ‘내가 60세가 됐을 때의 자서전 쓰기’라는 주제를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고민하던 수민은 챗GPT의 제안을 통해 글의 흐름을 잡으며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수필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수민이는 수행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요. 비록 작은 성공이 수민이게 수행평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었고,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챗GPT는 학생들이 어떤 글쓰기를 하든 두려움을 극복하고,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4. 아이들이 써 내려간 작지만 찬란한 이야기들


작은 변화가 모여 큰 성과를 이루는 법입니다. 학원에서는 챗GPT의 도움으로 학생들이 공동 창작을 하며 이야기 만드는 수업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쓴 글을 각자 전자책으로 만들어 줬습니다.(현재 판매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챗GPT와 함께 단편 소설을 완성했는데,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협업했습니다. 그 과정은 글쓰기를 넘어선 창작의 기쁨과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쓴 책입니다 ~^^



학생들이 자신이 쓴 글을 빙이미지크리에이터나 AskUp으로 이미지를 그렸을 때,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글쓰기에 자신감을 얻은 학생들은 이후 수행평가나 발표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지요. 





5. 바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나무처럼


윤여정 배우가 수상 소감 중에 남긴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고, 서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문장은 제게 깊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며 대형 학원들과의 비교나 경쟁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죠. 바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나무처럼, 저는 저만의 무대에서 저만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이끌어가며 진정한 교육의 가치를 지켜왔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서로 비교하며 흔들리기보다는, 각자의 글쓰기에 집중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남과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경주에서 최선을 다하며 성장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성취라고 믿습니다. 윤여정 배우의 지혜처럼, 저 역시 제 무대에서 흔들리지 않고 제 방식대로 아이들을 응원하고 이끌어가며, 비바람에도 굳건한 나무로 서 있기를 소망합니다. 





결론: 지는 해의 빛을 붙들며


지금 이 순간, 저는 지는 해의 빛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밝게 붙들고자 합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저 또한 내려가는 길 위에 서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저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업(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가 저물어도 그 빛은 여전히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빛을 붙들고, 오늘도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가치와 즐거움을 전합니다. 함께 글을 쓰고, 가르치며, 아직도 열정의 불꽃을 태우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저도 제 자리에서 빛을 내고자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매일 새벽 글을 쓰며 자신만의 리듬을 지켜가는 그처럼, 저 또한 지는 해의 빛을 오래도록 이어가며 소중한 가치를 지키며 나아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은 시인의 시처럼, 내려가는 길에서 비로소 보게 되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DALL E3로 진순희만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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