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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긴 새-천양희

AI로 그린 아포리즘, 시로 엮은 한 줌 에세이

by 진순희

[아포리즘의 풍경 2] 흐르는 강물처럼, 용서한다는 것

목이 긴 새-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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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긴 새


-천양희


물결이 먼저 강을 깨운다 물보라 놀라 뛰어오르고

물소리 몰래 퍼져나간다 퍼지는 저것이 파문일까

파문 일으키듯 물떼새들 왁자지껄 날아오른다

오르고 또 올라도 하늘 밑이다

몇 번이나 강 너머 하늘을 본다

하늘 끝 새를 본다

그걸 오래 바라보다

나는 그만 한 사람을 용서하고 말았다

용서한다고 강물이 거슬러 오르겠느냐

강둑에 우두커니 서 있으니 발끝이 들린다

내가 마치 외다리로 서서

몇 시간 꼼짝 않는 목이 긴 새 같다

혼자서 감당하는 자의 엄격함이 저런 것일까

물새도 제 발자국 찍으며 운다

발자국 발의 자국을 지우며 난다

-『너무 많은 입』, 창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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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용서한다는 것


-진순희



용서를 한다고 해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은 아니다.

흘러간 말과 행동이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를 용서해야만 한다.


용서는 타인을 위한 일일까,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한 일일까.

누군가는 용서를 흘려보내는 일이라 했고,

또 누군가는 그것이 끝내 놓지 못하는 일이라 했다.


어쩌면 용서는

강물 앞에 서 있는 일과 닮았는지도 모른다.

한 걸음 더 내디디면 잠길 것 같고,

멈춰 서면 그 자리에서

끝없이 흔들릴 것 같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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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거스르려 애쓰는 대신,

그저 서서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물결에서 벗어나게 되는 걸까.


물새는 낮게 울며

물결 위를 스친다.

날아가며 점점 희미해지는 것처럼

우리가 짊어진 기억과 상처도

결국 그렇게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 용서는 모든 것을 지우는 일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것이 더 이상 나를 옭아매지 않도록

놓아주는 일에 가깝지 않을까.


강물은 거슬러 흐르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그 앞에 서 있다.

하지만 이제는

물살을 거슬러 오르려 애쓰는 대신,

그저 흐르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언젠가 내 마음도

그 흐름을 따라가며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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