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점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은 은인이다.
최근에 누군가 내게 스스로 생각하는 장단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면접에서나 나올법한 질문에 순간 당황했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장점은 쉽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단점은 뭘까 한참을 고민했다.
단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부족함 투성이인 내가 한 번도 내 단점과 진지하게 마주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신 없는 말투로 '끈기가 부족한 것...?' 이라고 대답을 했지만, 그게 나의 가장 큰 단점은 아니란 걸 최근에 깨닫는 일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
이게 바로 이제는 직면해야 하는 나의 가장 큰 단점이다.
물론 일상생활 내내 감정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웃기게도 얼마 전에는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친구에게 감정이 사그라들고 난 후에 대화를 하자고 조언까지 한일도 있었다.
이보다 더한 모순 덩어리가 있을까.
어쨌든 내 단점을 여실히 알게 해 준 사람에게 고맙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내 단점과 진지하게 마주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한 달 동안 나는 계속 감정과 관련된 책만 읽었다.
현재 50페이지가량 남아있는 알랭드보통의 불안이라는 책까지 본다면 총 6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해답을 찾고자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니, 분명 시선은 책을 향하고 있는데 머릿속에는 글자가 일렬로 입력되지 않고 꼬인 실타래처럼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 조차 반복이 되고 시간이 지나니, 해답은 찾지 못했을지언정 생각의 전환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단점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은 은인이다.
나를 더 발전시키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역시 인생은 그래도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