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바리스타 남편이 만들어준다. 남편이 날 위해 정성껏 만들어줬으니 최애가 아닐 수 없겠지만 이 라떼의 미덕은 '적당한 양'에 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딱 종이컵 사이즈 양이라 밥 먹고도 배부르지 않게 라떼를 즐길 수 있다.
회사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식사를 마치고 꼭 커피숍을 들린다. 식후 입가심이기도 하고, 커피가 좋기도 하고, 점심 이후 졸음 방지용이기도 하고, 사회생활이기도 하고, 어디 다른 데 가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라 우르르 몰려 간다. 그런데 요새 매장에서 종이컵을 사용할 수 없고 조금이라도 사무실에 일찍 들어가는 걸 미루고 싶은 우리들은 그 짧은 5~10분이라도 커피숍에 앉아 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장 컵을 써야 한다. 문제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에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 라떼를 시켜놓고 그 짧은 시간 안에 다 먹을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예전에는 남으면 그대로 들고나가서 사무실에서 마저 마시면 됐는데, 이제는 카운터에 가서 종업원에게 다시 부탁해서 종이컵에 다시 담아야 한다. 그러면 결국 종이컵도 쓰게 되고 매장 컵 설거지하느라 노동력, 온수, 세재까지 쓰게 되는 것 아닌가. 이게 더 낭비 같은데.
사실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매장 내 일회용품을 금지화하는정책에 크게 공감할 수 없다. 그런 취지라면 국민들 해외여행부터 금지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타고 뉴욕까지 가는데 혼자 이산화탄소 6.3톤을 배출하는 꼴이라고 하는데, 이는 1초에 종이컵 5개를 내다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한다.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똑같지만 일회용품 금지를 택한 건 더 만만해서인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이 정도는 일상에서 할 수 있잖아? 이런 기분이랄까. 결국 나처럼 일상의 작은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은 텀블러를 챙기거나, 다시 일회용 컵으로 옮겨 담으면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라는 불편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겠지만. 핸드폰 결제가 가능해져서 지갑도 안 들고 다니는 시대에 사실 몇 번이고 텀블러 들고 다니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 이번에 다시 시도해봐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차라리 일회용품을 선택적으로 쓰게 하고 탄소 발생 세금을 거두는 편이 더 나은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세금으로 탄소 포집 기술 발전 같은 연구비로 쓰는 게 더 먼 미래를 위해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러다 남편이 만든 미니라떼를 보고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이런 커피를 팔면 잘 팔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딱 한입 분량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시간상 딱 맞지만 시간 맞추겠다고 라떼를 포기하기는 싫은 사람에게 적당한 메뉴 아닌가. 더구나 한국인에게 익숙한 종이컵 사이즈에 배 부르지 않게 부드러운 라떼를 즐길 수 있다면 이 미니라떼 너무 괜찮을 거 같은데! 딱 점심시간 한정판으로만 파는거다. ㅋㅋ 아니면 점심시간에만 일회용품을 허용해줬으면 좋겠다.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기엔 점심기간은 너무 짧다. 아, 그냥 사회 전체적으로 점심시간을 늘려줄 수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