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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나 Jun 06. 2021

나는 너를 통해 나를 만나.

은설이랑 저녁에 그네를 타면서 시간이 멈춘  가만히 흘러간 찰나가 있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은설이의 웃는 눈을 보았다. 너랑 나랑 지금 만나고 있는 걸까. 네가 느끼는  너도 느끼고 있는 걸까.


나는 문득문득 깊은 곳에서 은설이의 친구이고 싶은 간절함을 만난다. 너랑 계속해서 만날 때마다 반갑고 싶다. 서로 죽고 못살고 싶다. 또 끝까지 미워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해 죄책감 없이, 그렇게 미워하고 싶다. 서로에게 추억이고 싶어 진다. 그렇게 친구로 서로 그리워하고 싶어 진다.


나는 내 자리를 잘 모르나 보다. 친구가 아니고 엄마인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보면.


건조해서 터 울긋불긋해진 손등을 보면 나는 세상 큰일이 난 것처럼 심장이 일렁인다. 연고를 바르고 수시로 핸드크림을 가지고 다니며 발라준다. 나에게 있어서 울긋불긋해진 그 손등은 엄마의 부재, 사랑의 부재, 손길의 부재를 나타내는 것이다. 나는, 겨울 등굣길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갈라져 피가 나는 살갗을 쪽쪽 빨며 아픈 데를 핥아주었다. 그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아무도 나의 살갗에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 해도 나의 마음은 거기에 멈춰있다. 그리고 아마도 저 깊은 곳에서는 눈물을 모아두어 웅덩이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두렵다. 아무리 나의 쓸쓸함을 은설이에게 주지 않으려 해도 막을 수가 없는 것에 대해. 그리고... 너와 만나면서 자꾸만 만나게 되는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 자꾸만 슬퍼지려는 것. 자꾸만 더 초라해지는 것에 대해. 그러면서도 자꾸만 그 어둠 속으로 가고 싶다. 혼자 무던하게 보이며 겪어냈던, 속은 그렇지 못했던 그때의 나를 만나고 싶다. 아무도 모르지 않는다고, 너만은 그리고 나만은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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