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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한나 May 17. 2021

안부를 묻다.

친구에게.

안부를 묻다.


잘 지내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너의 이름을 떠올리면 나는 다시 물속 깊이 내려가는 기분이야. 고요한 곳에서 어쩌면 섬뜩하리만치 차가운 곳에서 네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싶어. 다시 들어도 너의 이야기는 나에게 온전히 전해지지 않겠지. 대부분의 물건이 제자리에 놓이지 않은 여기 내 공간처럼 너의 이야기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손에 들고 있다가 다른 무언가에 정신이 팔리면 그 자리에 두고 돌아서겠지. 왔다 갔다 할 때 발에 치이거나 옆으로 제쳐두는 물건쯤 되는 너의 이야기를 그냥 두고 싶어 져. 단지 귀찮은 걸까? 나는 모르는 거야. 너의 이야기가 나의 공간 어디쯤에 자리해야 하는지.


다른, 세계에 있진 않겠지? 어딘가에서 숨 쉬고 있다고 믿고 싶어. 어쩌면 남은 평생 너의 소식조차 듣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에서 네 숨을 쉬고 살아줘. 너는 내가 너와 참 다르다고 느꼈겠지만 실은 나도 그랬지만, 너를 떠올리면 감춰둔 나를 만나는 것 같아 괜히 반가워.


기타를 연주하던 너의 연약한 손가락이 떠올라. 망설이다 결국 나오지 못한 너의 표현들도 떠올라. 그냥 내 이름을 실없이 불러주던, 단단하지 않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수줍게 내 어깨를 툭 치던 그 우정의 표현도.


지금의 나와 그때의 너를 만난다면 조금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쉬움이 남지만 역시 무리겠지. 나는 참 많이 변한 것 같은데 네 앞에선 그때의 나 그대로일 것만 같아.


설마 나처럼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줌마가 되어있는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돼. 네가 아줌마가 된다니. 엄마가 된다니. 그러고 보니 마지막 기억 때문인지, 불안정하게 살고 있을 거라 짐작하고 있었네. 이거 참 미안한걸. 너무 내 생각대로만 너를 그렸네.


있잖아. 도통 무슨 얘기를 써야 할지 몰라서, 비도 오고 그래서, 너를 떠올렸어. 이렇게 널 이용해도 되는 걸까. 내가 널 부르면 넌, 들을 수 있는 걸까. 너도 날 이용해 주라. 마음껏. 배신했던 친구라 욕해도 좋고. 믿지 못할 친구라 여겨도 좋으니.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든 그렇게 떠올려줘. 내가 널 마음대로 기억하듯 너도 네 마음대로 날 기억해주길.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아.


비가 오니까 참 좋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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