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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dro KoㅣDesign Connecter Jan 10. 2020

Design Reflection

Who Am I? & Where Am I?

사진 1: 에토르 쏘 싸스 Ettore Sottsass, 1917년~2007년



에토르 쏘싸스 Ettore Sottsass,  아라드 Ron Arad, 디자이너들, 튜터들과 함께  공간에 있었던 나는 지금도 선명하게  장면이 그려지고  상황이 느껴진다.”


사진 2: Carlton Room Divider, 1981


에토르 쏘싸스 Ettore Sottsass는 2007년 12월 31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멤피스 그룹을 창시한 사람으로 현대 디자인에 영향력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며, 또한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필자의 대학 4학년 졸업 작품(사진 3)에서 볼 수 있듯이 혁신적인 형태와 색에 대한 조형 언어에 관한 한 그의 영향력이 무척 컸다.(사진 2)


사진 3: Under the Sea, Art Furniture, 1994  © 2020. Bedro Ko


Royal College of Art(이하, RCA)에서 공부할 때, 에토르 쏘싸스 Ettore Sottsass의 강연을 통해 깨닫게 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필자가 입학하던 1997년, 그 유명한 론 아라드 Ron Arad가 RCA 가구 디자인 학과(현, Design Product MA) 디렉터로 초빙되어 학생들은 많은 혜택을 누렸다. 그의 명성은 필립 스탁 Philippe Starck과 함께 유럽 디자인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 당시 디자인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만나보거나 튜토리얼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덕택으로 나는 책에서만 보았던 거장 에또르 쏘싸스의 모습과 그의 생각을 현장에서 강연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강연이 열리는 세미나실에는 많은 학생들, 아티스트, 디자이너들로 가득 찼다. 어두운 세미나실에서 비치는 조명을 받은 쏘싸스는 준비해 온 인쇄물을 앉아서 영어로 읽어 내려갔다. 그는 시간의 개념을 사용하여 자신을 소개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있고, 이태리에 쏘싸스가 있고 런던에 쏘싸스가 있다…” 기억에 남는 첫 문장이었다.


강연을 마칠 즈음, 아주 흥미로운 상황을 발견했다. 에토르 쏘싸스의 옆에 있던  아라드와 튜터들의 모습이었다.  아라드를 처음 보았을 , 독특한 아우라를 느꼈다. 그의 혁신적인 조형 언어, 말투, 행동, 특이한 모자  책에서   이상이었다. 그런데 쏘싸스의 옆에 있는  아라드의 모습은 달랐다. 처음 보고 느꼈던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가 작아 보였다. 웬일인가? 범접할  없는 쏘싸스의 아우라 때문이었다. 그의 모습은 연륜과 더불어 빛이 났다. 스케일과 무게감이 달랐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디자이너들과 튜터들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다.  


충격이었다. 그리고 중앙에 위치한 자리에서 강의를 듣던 내 모습을 보았다. 전율이 느껴졌다. 그 스케일 속에서 내 모습을 보았고, 나의 무게감을 느꼈다. 한없이 작고 부족했다.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처절하게 보고 느꼈다.


그 당시 RCA는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각 대륙의 나라들에서 온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의 최접전 지였다. 졸업전시 Degree Show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을 피력할 수 있는 최고의 전시장이며, 많은 유명 브랜드와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받는 최고의 장소였다. 이러한 이유로 각 나라의 대표들이 왔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했던 학생들은 RCA에 대한 자긍심은 최고였다. 


필자는 각 나라의 학생들의 작업을 보면서 그 나라의 문화와 디자인의 특성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질문을 했다. "한국 디자인의 특성은 무엇인가?" "나의 디자인 정체성은 무엇인가? "나만의 디자인 프로세스가 있는가?" 이때부터 정체성에 대한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첫 학기에는 다른 나라 학생들이 필자에게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 프로젝트 발표를 마치고 디렉터인 론 아라드에게 좋은 호평을 받은 후, 인사를 하지 않았던 독일 학생이 "Hello, Bedro!"라고 인사를 했다. 이러한 냉정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실력으로 경쟁하고자 하는 의지와 디자인 정체성 확립에 대한 의식이 더 살아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의지가 지나치게 강해져 겸손하지 못한 생존 경쟁자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겪은 후, 강연을 듣던 나에게 주어진 충격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내 인격까지 흔들어 놓은 자아 성찰의 시간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비친 '이제 6~7년 정도의 경험으로 우쭐했던 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아니, 평생 기억할 것이다.



*90세로 생을 마감하기 일주일 전에도 왕성하게 활동한 그는 70년을 현장에 있었다. 필자가 존경하는 그의 모습이다.(사진 1)






사진 4: Memphis Group



사진 1 출처: 에또르 쏘 싸스 Ettore Sottsass

사진 2 출처: Carlton Room Divider, 1981

사진 4 출처: Memphis 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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