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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Jul 10. 2021

일상에서 위로받는 순간

해가 뜨자, 이내 잠들어 있던 눈도 힘겹게 떠진다. 월요일 아침은 일주일 중 가장 무거운 아침이었다. 한주를 시작하기 전부터 시간에게 모든 에너지를 빼앗겨 억울한 발걸음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흘렀다. 무기력했던 아침은 이미 흔적조차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느샌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반대로 매섭게 쫓아오는 시간에게서 벗어나려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하루의 업무는 끝이 났다.


야근을 마치고 회사를 나오니 여름의 저녁이 반기고 있었다. 그제야 쌓였던 업무의 피로가 몰려왔다. 버스 정류장까지 향하는 5분이 너무 억울해서 목구멍에 쓴 물이 올라왔다. 주변은 아무도 없는 시간, 나만 일하고 나만 지금 퇴근하는 것 같아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러시아워가 지난 버스는 여유롭게 다가왔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 안은 참으로 고요했다. 똑같이 침울한 표정의 사람들을 지나 가장 뒷자리 구석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뒤적였다. 할 것도 없으면서 인터넷 이곳저곳을 살폈다. 하루 일하고 살아가기 바빠 세상에 관심이라곤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핸드폰의 조명마저 눈에게 피로를 주는 것 같아 금방 내려놓았다. 이어폰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하기 위해 음량을 키우자 적막한 버스가 잔잔한 멜로디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무거운 몸을 창가에 기대고 시선을 올렸다. 옅은 분홍빛의 하늘이, 오늘 하루의 마지막 햇빛이 보였다.


마음속 응어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희미한 햇빛이 마치 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침부터 품고 있든 가슴속 묵직한 감정들을 가져가 주었다. 해는 그렇게 사라지고 완전한 밤이 찾아왔다. 그제야 나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짧은 퇴근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평안은 사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세상에 지쳐 마음의 문이 닫히고, 눈을 감으면서 애써 그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만 고개를 들면 모든 근심을 덜어주는 햇빛이 우릴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고개 숙여 핸드폰만 뒤적이고 있지는 않을까. 고된 하루를 보낸 어느 날엔, 잠깐 고개를 들어 아무런 생각 없이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찾아온다는 것을 이제는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스타그램 @yh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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