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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Jul 14. 2021

지겹던 하루의 그리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날, 멍하니 앉아 흘러가는 구름과 시간을 느끼다 보면 왠지 모를 따뜻함이 가슴속에 퍼집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그저 그런 날인데도 말이지요. 그때는 지루하다며 툴툴대기 바빴는데, 그 작은 일상이 이렇게 커다란 구멍처럼 느껴질 줄 알았을까요. 알았다면…. 매 순간을 악착같이 붙잡고 음미했을 텐데 말입니다.


똑같은 세상인데 어쩐지 더욱 어둡게만 보입니다. 드넓은 대기에 수많은 입자가 움직이고, 그 속에는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아간 바이러스도 존재하겠지요. 보이지 않아도 그림자는 느낄 수가 있습니다.


코로나가 무섭고, 전염이 무섭고, 누군가의 기침이 무섭고, 마스크를 벗은 타인들이 무섭고, 현관 밖이 무섭고, 사람과의 만남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툴툴대던 지루한 하루가 그립습니다.


사람들 틈에서 수다를 떨던 카페, 목이 찢어져라 소리치며 놀던 노래방, 일렁이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던 한강에서의 휴식까지 마치 어제 일처럼 가까운 듯하지만, 이제는 꿈처럼 허망스러운 일이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적어지는 만큼 전파와의 접촉은 늘었고, 누군가의 온기보다 모니터 속 전기가 지나간 자리의 온기가 더 익숙합니다. 피부로 느끼던 촉감들이 무뎌지고 눈으로만 바라보게 되는 세상 때문인지 피로는 계속해서 쌓여갑니다. 피곤함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가만히 눈을 감아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렇게 어둠을 헤매다 결국 그리움에 사무치며 현실로 돌아오겠지만요.


하지만 이렇게 타협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마음에 커다랗게 생긴 그리움이란 구멍에 허망한 바람만이 불게 둘 수는 없겠지요. 그곳을 희망으로 채우고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고, 시끄럽고 정신없던 그 세상으로, 지루하고 평화롭던 그때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것은 나만이 아닌 모두의 꿈이자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되겠지요.


인스타그램 @yh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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