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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Oct 11. 2021

자유로운 삶의 끝, 우리라는 삶의 시작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직장 상사가 휴대폰을 내밀며 여행기를 들려주었다. 결혼식부터 시작해 여행 곳곳의 사진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상사는 아직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며, 잔뜩 상기된 얼굴을 보였다.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 그날의 여운이 서리는 것만 같았다.


코로나19로 인원제한이 있는 시기. 직접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각 부서의 대표들이 축의금을 모아 참석했었다. 결혼식만이 가져다주는 설렘, 감동의 순간을 직접 감상하지 못했지만, 작은 휴대폰 속에 담긴 신랑과 신부, 그들의 가족과 지인들의 모습에서 전달되는 듯했다.


그들의 눈은 빛이 났고,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상상하는 기대감, 그리고 남은 가족들 마음에 서서히 피어오르는 아쉬움. 긍정과 부정의 수많은 감정이 복잡하게 뒤엉킨 것이 결혼식 사진 속 흩날리는 꽃가루처럼 사방에 퍼진 것만 같았다.


결혼은 새로운 시작일까, 지금껏 살아온 나만의 인생의 끝일까. 문득 머릿속에 작은 의문이 싹텄다. TV를 보면, 먼저 결혼한 연예인이 미혼의 연예인에게 결혼은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다 하라 충고하는 장면을 몇 번 본 기억이 있다. 그저 웃자고 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그 말 전부가 개그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에 반해,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이 결혼 전과 후로 나누어졌다면서 지금의 결혼생활에 만족감을 표현하곤 한다.


결혼은 아직 허망하고, 이상적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다가올 현실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끔 직장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면 연애, 결혼 이야기가 오간다. 놀랍게도 동기 5명 중에서 4명이 비혼주의였다. 남은 한 명은 나였고... 그들은 그저 자신의 자유로운 인생이 좋고, 가벼운 연애를 지향하고 있었다. 놀랍기도 했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어찌 보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혼의 장점은 안정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는 만족감, 나를 똑 닮은 아이가 자라는 것을 바라보는 뿌듯함과 같이 감성적인 반면, 단점은 결혼식 비용, 집, 육아, 억압과 같이 현실적인 느낌이 많다. 자신이 중심이 되고 중요시되는 이기적인 지금의 현실에 결혼을 반영한다 가정하면, 비혼이란 결론에 도달할 확률이 높은 것이 정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인생의 끝과 시작 어느 한쪽이라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현실이란 사실이다.  보는이 마저 울컥하게 만드는 눈빛으로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는 직장 상사처럼. 자신의 선택에 행복함만을 느낀다면 그것이 질문에 대한 정답이지 않을까. 외로움이 많은 나는 아직 '나'보다 '우리'가 되는 것이 여전히 부럽기만 하다.

ⓒ셔터스톡



인스타그램 @yha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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